| 안젤로니 브리오니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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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크로아티아 브리오니 섬에서 거행된 제3회‘브리오니 폴로 클래식’ 에서 마이바흐팀(주황색 유니폼)과 카르티에팀이 공을 다투고 있다. /사진제공=브리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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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태양이 작렬하는 지중해의 섬 브리오니.
푸른 초원 위에서 8명의 기수들이 맞부닥치고 있다. 사람은 사람끼리 말은 말끼리 격렬한 몸싸움은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유럽에서도 일반 서민들은 접근하기 힘든 귀족운동으로 손 꼽히는 폴로 경기지만, 선수들의 기품있는 자태와는 달리 경기는 과격하기 이를 데 없다.
기품있는 자태에 격렬한 몸싸움
방금 끝난 시합에서 패한 마이바흐팀(Maybach: 벤츠가 새로 내놓은 최고급 승용차에서 따온 이름)의 선수 하나가 땀범벅이 된 채 관중석으로 들어와 기자 옆에 앉는다. 기자가 “당신 프로 선수냐”고 물었더니 로버트 코플러(Robert Kofler)라는 이 사내는 “프로는 아니고 그냥 즐기려고 경기를 한다”며“나는 오스트리아 사람이고, 직업은 은행가”라고 대답했다.
폴로는 원래 운동이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기업인, 은행가 등 상류층들의 전유물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패션모델 뺨치는 미모의 부인과 아이들은 남편과 아빠의 격한 움직임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경기를 즐긴다.
가까이서 본 이들 유럽 상류층의 문화는 먹고 살만하다는 한국의 중장년층이 주말이면 가족을 등지고 골프장으로 향하는 모습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가쁜 숨을 몰아 쉬고, 땀을 흘리는 유럽의 귀족 문화는 뒷짐 지고 헛기침 하는 우리의 양반 문화와는 사뭇 달랐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 사내들이 말을 타고 사생결단 공을 좇는 모습은 흡사, 전장에서 적을 향해 돌진하는 중세 기사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아내와 아들 앞에서 내 잔뼈는 어떻게 굵어왔고, 나는 사회적으로 어떻게 출세했는지를 격한 몸짓으로 설명하는 듯 했다.
정재계 거물 브리오니 단골고객
지난 7월초 크로아티아 브리오니섬에서 열린 ‘브리오니 폴로 클래식’은 세계 최고급 남성복업체인 브리오니(Brioni), 시계제조업체 카르티에(Cartier), 줄리우스 베르(Julius Bär)은행, 벤츠의 새 브랜드 마이바흐(Maybach)가 스폰서를 한 대회로 이번이 세번째를 맞는다.
이들 4개 업체는 이번 대회에 자사의 이름을 내건 4개팀을 출전시켰지만 대회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 스폰서는 의류업체인 브리오니다.
브리오니 양복은 세계의 정재계 거물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제일모직 모델계약을 한 007시리즈의 주인공 피어스 브로스넌이 영화에 출연할 때 입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브리오니 남성복은 세계최고의 수제 양복으로 국내에도 갤러리아백화점, 신세계강남점, 하이야트호텔 지하 아케이드 등 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가장 싼 기성복이 450만원부터 시작한다.
이와 관련 움베르토 안젤로니(Umberto Angeloni)회장은 “우리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얼마 안되지만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우리 옷 한 벌은 186개의 제조 과정과 수천번의 손질을 거쳐 하루에 300벌만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자가 “한국시장의 매출과 주고객에 대해 묻자 “나는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웃음으로 자리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