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농민단체 맞아?수입산 판매로 농·축산인 강력반발
농민과 축산인의 이익증대를 위해 출범한 통합농협(회장 정대근·鄭大根)이 구제역과 작황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협인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외국산 농수산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농·축산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농협은 방울토마토 가격이 폭락하던 지난 봄 오렌지·바나나를 대거 수입해 팔다 농민들의 항의를 받았으며 최근 잇따라 개최했던 우리농산물잔치행사에서도 외국산 농·수산물을 버젓이 팔아 『누구를 위한 단체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급기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최근 전주·익산·군산 등 7개 농협 공판장을 방문해 수입농산물의 판매행위를 강력히 비난하고 경매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전농 전북도연맹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의 폭락으로 농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농협이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외국산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농협이 농민을 위한 단체인지, 외국 농·수산물 수출업자를 위한 단체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얼마 전에는 전남 보성 파머스마켓에서 오렌지를 비롯한 수입농산물을 팔다 들통나 뒤늦게 매장에서 철수하는 일도 빚어졌다. 파머스마켓은 정부가 자금을 대고 농협이 운영하는 농산물 직거래장터로 그 지역의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취급하는 전문매장이다.
또 1일부터 「통합농협 설립기념 우리 농산물 큰잔치」를 벌이고 있는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 등에서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비롯해 중국산 해파리, 인도네시아산 해삼에 미국·프랑스·독일산 포도주를 수입해 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캐나다산 위스키에 심지어는 미국산 애견식품까지 취급하는 등 행사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미국산 해파리에 중국산 조기, 뉴질랜드산 도미 등을 들여와 팔고 있는 하나로클럽 용산점 관계자는 『상품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부 품목을 들여왔다』며 『그러나 농협이 농민의 편에 서지 못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고 말했다.
농협의 이같은 무분별한 수입과 「농·축산인 무시하기」에 반발한 농민들은
이달부터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벌이기로 하고 오는 25일 서울역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유상욱(劉相郁)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우리 농업이 개방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황에서 농협의 농산물 수급조절기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인데도 현재 농협은 이런 기능을 하기는 커녕 수입농산물 판매 등 반농업적인 작태를 보이고 있어 한심스럽다』며 『농협이 계속 본연의 임무를 도외시하면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오철수기자CSOH@SED.CO.KR
입력시간 2000/07/1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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