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도전자의 적절한 역습

제2보(101 ~ 140)


장쉬는 27세, 요코다는 38세. 나이로는 장쉬가 막내동생이나 조카에 해당하지만 경력의 중량감은 장쉬가 훨씬 앞선다. 명인과 본인방을 동시에 보유했던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요코다가 도전권을 따냈을 때 일본의 평론가들은 일제히 장쉬의 무난한 방어를 예측했으며 그 예측대로 장쉬는 제1, 제2국을 쾌승하고 일찌감치 상대를 막판에 몰아세웠다. 장쉬가 2연승을 거두자 일본기원의 한 9단이 독특한 논평을 했다. “장쉬는 운까지 좋다. 비교적 손쉬운 도전자를 맞이하여 기분좋은 스파링을 하면서 힘을 비축하게 되었다.” 백22는 하변의 백진을 키우면서 왼쪽의 흑을 엄습한 즐거운 수순이었다. 장쉬가 기대한 진행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백8까지였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흑은 대마 전체의 사활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요코다는 장쉬의 속셈을 간파하고 흑23으로 변화를 구했다. “예측하지 못한 역습이었다. 흑23은 멋진 수였다.”(장쉬)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잇는다면 흑2의 일격이 기다리고 있다. 백3으로 이으면 흑4, 6으로 흑이 걸려든다. 백24로 보강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때 25로 들여다본 수순이 기민했다. 지금은 26의 응수가 절대수이다. 흑27 이하 31은 이렇게 되는 자리. 백32까지 일단락인데 백진에는 도처에 약점이 남아 있으므로 포석은 일단 흑의 성공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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