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지경부의 허술한 수출 전망

경제부 김영필기자

“글쎄요. 전망치라기보다는 잠정 예상 숫자 같은 겁니다.”(지식경제부 관계자)

지식경제부는 오는 2020년까지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연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3일 내놓았다. 2020년까지 수출 중소기업을 10만개까지 키우고 차세대 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숫자도 나왔다. 특히 미래 수출산업 분야가 두드러졌다. 지난 2010년 수출량이 38억달러였던 바이오헬스는 2020년 425억달러로 증가하고 그린에너지도 110억달러에서 2,020억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나노융합은 ‘0’에서 1,000억달러까지 수출규모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연스레 추정 근거가 궁금했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0배에서 심지어 20배까지 수출이 증가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답은 한결같았다. “기대치이며 목표치”라는 얘기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비전을 쓴 거고 달성 못할 수도 있는데 목표를 높게 잡고 가야 일정 부분이라도 성과를 내지 않겠느냐”고 했다.

뒤집어보면 명확한 산출 근거가 없다는 말이 된다. 이날 나온 보도자료에도 분야별로 글로벌 기업육성, 시장개척 지원 등 원론적인 설명만 단 두 줄씩 들어갔다. 갯벌참굴 생산량 증가, 스낵김 개발 등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수출증대전략을 설명한 농림수산식품부와 차이가 난다. 특히 나노융합 등은 다른 분야와 연관돼 있어 무 자르듯 실적을 발라내기가 어려운데도 예상 실적이 공표됐다.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나쁘지 않다. 2020년께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 2조달러 달성은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러나 구체적인 항목으로 들어가면 정밀한 분석보다는 대충 이럴 것이라는 ‘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너무 짙다. 물론 전망은 대부분 틀리기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그 추정 근거는 명확하고 논리적이어야 한다.

전망이 허무맹랑하거나 적중률이 낮으면 신뢰를 잃는다. 우리나라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의 공식 자료가 이렇게 허술하다면 이를 믿고 따르는 민간 기업들은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susop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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