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인적자본 투자 효율성 떨어진다

"상당수 콘텐츠 평준화·형평성에 초점"…후속작업 일정도 없어
"수익성 고려않고 지원만 할땐 낭비 우려"
국가 재정운용 패러다임 전환 뒷전으로 밀려


국가 중장기 계획인 ‘비전 2030’ 발표 후 ‘증세(增稅)’ 논란이 확산되면서 재원확보와 더불어 핵심사항인 국가 재정운용의 패러다임 전환 문제는 공론화조차 되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재정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이란 과거 수십년 동안 지속돼온 물적자원 투자규모를 줄이고 앞으로 인적자본 투자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미다. 즉 사회간접자본(SOC) 등 이른바 ‘시멘트 재정’에서 ‘인적자원 고도화’에 포커스를 둔 재정집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향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밝힌 인적자본 지원 내용이 지나치게 평준화 및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효율적인 투자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밝힌 ‘비전 2030’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기존의 ‘선(先)성장-후(後)복지’ 패러다임은 성장 자체가 한계에 봉착할 뿐 아니라 분배개선도 곤란해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동반성장’으로 재정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 전략이 주효했지만 고령화ㆍ양극화ㆍ세계화 등의 환경변화로 더 이상 정부 주도의 성장이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가 ‘인적자원 고도화’를 이루기 위해 밝힌 정책목표는 교육과 고용 분야 등 크게 두 곳이다. 교육 분야의 경우 현재 만 6세로 돼 있는 취학연령을 5세로 낮추고 학제도 개편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며 고용은 사회적 일자리를 확충하고 실업자 직업교육 훈련도 강화하는 등 각종 방안들이 총망라돼 있다. 문제는 인적자본의 상당수 콘텐츠들이 지나치게 ‘평준화’나 ‘형평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효율적인 투자로 이어질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배상근 박사는 “동반성장이라는 정부 표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보면 사실상 ‘선(先)복지-후(後)성장’ 정책에 가깝다”며 “사회적 일자리를 확대하고 무상교육 기간을 늘리는 광범위한 혜택으로는 효율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도 “사람 중심으로 투자를 하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수익성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인적 지원만 할 경우 낭비적인 요인이 클 수밖에 없다”며 “특히 정작 중요한 지방재정과 교육재정 통합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근본적으로 경쟁력 향상과는 거리가 있는 비전들”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비전 발표에 신경 쓰다 보니 후속작업 일정을 전혀 세우지 못한 점도 문제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아직 특별한 일정이 잡힌 것은 없다”며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후속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대답으로 일관했다. 각 부처들이 2010년까지 해당 제도혁신에 주력한다는 추상적인 내용 외에 국민적 합의 일정이나 제도혁신을 위한 구속력도 준비되지 않아 ‘비전 2030’이 과거 국가 중장기 비전들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GDP 2% 수준… 부담안돼"
'재원조달 역풍' 에 장·차관 진화 나서
정부의 당초 취지와 달리 '비전 2030'이 재원조달 문제로만 포커스가 맞춰지자 기획예산처 장ㆍ차관이 잇따라 진화에 나서고 있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3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전 2030'상 재정소요가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어나는데 이를 위해 세금부담을 높이더라도 선진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장 장관은 추가 재정소요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가치 기준으로 연간 16조원 수준이지만 앞으로 우리가 누릴 복지 수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재정소요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해방 기획예산처 차관도 이날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비전 2030 논의가 당초 취지와 달리 재원조달 문제로 가는 것"이라면서 "재원 문제보다는 어떤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먼저 모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차관은 '비전 2030'에 추가로 필요한 재원 1,100조원 조달 방법과 관련, "국채보다는 세금으로 마련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지만 우리가(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국민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경제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비전 2030 재원마련에 대한 국민적 부담은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25년간 GDP의 2%, 1년에 16조원 정도를 추가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력으로 그렇게 지나치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