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직원들이 뽑은 '의미있는 20대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은폐 1위… 全盧 기소·장영자사건 2,3위

대검찰청은 31일 검찰 창설 60주년을 앞두고 검찰 직원들을 대상으로 ‘역사·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20대 사건’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일선청 검사(검사장급 제외)와 검찰직원 3,700명에게 주요 사건 60개를 제시하고 이 가운데 10개를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은폐’ 사건이 응답자의 67%인 2,573명의 표를 얻어 1위에 선정됐다. 이 사건은 지난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씨를 고문해 숨지게 한 치안본부장과 치안감 등 경찰 간부를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박씨가 단순 쇼크로 사망했다고 보고했으나 검찰은 두 차례의 재수사 끝에 경찰의 축소은폐 의혹을 규명했다. 2위에는 전두환ㆍ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12·12 및 5·18’ 사건, 3위에는 희대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장영자씨 어음 사기사건’이 올랐으며 나머지 17개 사건은 순위를 공개하지 않고 시대순으로 발표했다. 검찰의 치부를 드러내거나 잘못된 수사로 비난을 받았던 사건으로는 ▦검찰이 간첩행위로 기소했으나 최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태영호 납북귀환어부 사건’ ▦판검사들이 변호사에게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던 ‘대전법조비리사건’ ▦검찰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검사 독직폭행치사사건’ ▦피의자를 성고문한 경찰관을 기소유예 처분해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을 받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 4개가 선정됐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 ‘변양균ㆍ신정아씨 뇌물수수 사건’ 등도 설문조사에 포함됐지만 20대 사건 안에는 들지 못했다. 한편 검찰 60주년을 맞아 검찰이 과거의 잘못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이날 ‘검찰의 과거사 반성 촉구 및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0년간 잘못된 수사로 피해를 본 무고한 시민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정치검찰’이었던 과거와 단절하라”며 과거사 반성을 요구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20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할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2위에는 `12.12 및 5.18사건', 3위로는 `불법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가 뽑혔다. 검찰은 나머지 17개 사건에 대해서는 순위 공개 없이 시대순으로 열거했다. 가장 오래된 사건은 1949년 `임영신 상공부 장관 독직기소 사건'으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중단 지시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를 극복하고 현직 장관을 포함해 16명을 기소했었다. 또 `장면 부통령 암살미수 배후규명 사건',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사건',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 `이철희ㆍ장영자 어음사기 사건', `명성그룹 사건', `오대양 집단변사 배후규명 사건', `슬롯머신 비리 사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존파 사건'과 `한보비리 사건,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 `IMF 공적자금 비리 사건', `SK 분식회계 사건'도 주요 사건으로 뽑혔다. 이밖에 검찰이 반성의 계기로 삼았던 사건 4건도 포함됐다. `태영호 납북귀환 어부 간첩 사건'과 `부천서 성고문 사건', `대전 법조비리 사건', `서울중앙지검 폭행치사 사건' 등이다. 부안군 위도면 어선인 `태영호' 어부들은 1968년 7월 연평도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과 `자진월북'으로사건이 날조돼 징역형이 확정됐다가 올해 7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당사자들이 경찰에서 가혹행위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밝히지않고 그대로 기소했었다. 또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에서는 검찰이 성고문을 한 경찰을 기소유예 처분했었고 대전 법조비리 사건은 검사들이 금품을 제공받은 혐의가 드러나 자정노력의 계기가 됐으며 서울지검 폭행치사 사건은 밤샘조사 폐지 및 인권보호 수사 준칙 제정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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