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오늘 중국을 방문한다.
총리 취임 후 첫 공식 방문인데도 아소 총리를 맞는 중국의 분위기는 어째 썰렁하다.
오래전부터 ‘망언 제조기’라 불릴 정도로 중국 침략에 대해 막말을 일삼아 왔던 아소 총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비호감이 큰 탓도 있지만 그가 지난주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화분을 보내 전범(戰犯)들을 추모하는 ‘망동’을 함으로써 중국인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이 더 큰 이유인 것 같다. 중국인들의 반일 감정이 높아지자 한때 중국 외교가 일각에서는 그의 방중이 무산되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제기됐었다.
그러나 아소 총리가 몰염치한 망동으로 중국인을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그의 방중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은 애초부터 희박했다. 중일 양국 간의 경제관계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04년 이후 줄곧 일본의 최대 무역상대국을 유지해 왔고 일본은 현재 중국의 세 번째 무역상대국이다. 또한 지난해의 경우 양국 간 무역액은 무려 2,800억달러에 달했다.
특히 일본이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오ㆍ폐수 처리 및 재생에너지 기술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절박하게 필요한 것이어서 중국은 이를 얻기 위해 일본에 대해 상당히 공을 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국인들은 일본을 상대로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아소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供物)을 헌납한 데 대해 “일본 측의 잘못된 행동이 앞으로 양국 관계에 엄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또한 최근 중국에서는 난징(南京) 대학살을 다룬 영화들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반일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일본군이 30여만명의 중국인을 학살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린 ‘난징! 난징!’은 22일 중국 전역에서 동시 개봉돼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는 29일에는 1937년 당시 난징에 머물면서 대학살을 지켜본 독일인 존 라베의 일기를 영화로 만든 ‘존 라베’가 개봉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올해 건국 60주년을 맞아 항일전쟁 시기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반일의식을 고취시키고 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해 이처럼 단호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강력한 국력이 뒷받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일본의 과거 악행과 지금의 몰염치를 좌시한다면 결코 건강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중국인들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점이다.
요즘의 이런저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 정부와 중국 국민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눈앞의 이익을 위해 과거의 아픔을 덮기보다는 역사의 진실 위에 발을 딛고 서서 미래로 나아가는 보다 당당한 길을 선택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