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교육으로 변질된 영재교육

과학고 입학때 전형 확대·가산점등 혜택따라
시·도교육청 교육원 입학겨냥 학원 속속 설립
학원준비 과외도 성행… 학부모들 부담 가중


영재교육이 과학고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관련 사교육시장이 번창하고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이달부터 시ㆍ도 교육청 및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들이 본격적인 학생 선발에 들어가면서 영재교육 열기는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영재교육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으며 이에 맞춰 ‘영재교육’이라는 간판을 내건 학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서울 A영재교육학원의 경우 주말마다 수업을 듣기 위해 자녀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지방 학부모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이 학원의 입학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다른 학원에서 과외를 받는 일도 생길 정도다. 한 영재학원 관계자는 “2학기 개학 후 영재교육원 입학을 준비하는 초등학생 수강생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2년 전에 비해 학원생이 두 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서 준비해 교육청ㆍ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면 과학고 입학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과학고와 한성과학고의 경우 모집인원의 10% 내에서 영재교육원 수료자를 정원외로 선발하고 있으며 일반전형에서도 영재교육원 수료자에게 최대 0.5점의 가산점을 주고 있다. 한 영재학원 관계자는 “학원 프로그램은 대부분 영재교육원ㆍ과학고 대비 및 올림피아드 수상에 맞춰져 있다”면서 “과학고의 영재교육원 전형이 확대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특히 학원생들의 특목고 진학 및 영재교육원 입학 실적을 앞세워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다. 전국에 100여개 센터를 보유한 B영재교육학원의 경우 2007학년도 한국과학영재학교 신입생 144명 중 28.4%(41명)가 이 학원 출신이었고 2006학년도 영재교육원에도 2,500여명을 합격시켰다. 특목고 및 영재교육원 입학이 사실상 사교육에 좌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조기 영재교육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영재교육을 받으면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기보다는 특정 패턴을 암기하는 데 그칠 수도 있다”면서 “더구나 어린 학생이 영재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기억력 감퇴 등 두뇌 발달에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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