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인의 한국경제 비판

그는 한국이 IMF사태이후 경제개혁을 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고 보고있다.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원화가 절상되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부품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도 장기적인 산업정책은 연구되거나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정보화사회로 이행하려고 해도 수학과 영어실력이 부족해 쉽지않다는 것이다. 이대로 시장개방이 이루어지면 한국의 산업은 궤멸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런 본질적인 약점을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미국만 붙잡고 늘어지고 있다고 했다. 오마에 겐이치는 특히 성장을 뒤받쳐온 재벌해체를 위험하게 보고 있다. 재벌이 해체되면 자력갱생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의 한국경제비판의 내용은 듣기에도 섬뜩하다. 한국은 어쨌든 안되게되어있다는 논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정어린 충고라기 보다는 독설로도 들린다. 일본 우익의 한국때리기에 편승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미국이 시키는대로 재벌해체에 착수했다는 그의 주장은 우리의 자존심을 손상케하는 편협한 시각이다. 미국이 시키지 않더라도 재벌개혁은 불가피하다. 재벌이 해제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전문화된 소그룹으로 바뀔 뿐이다.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건전화되고 문어발식확장이 시정되면 성장잠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취약한 부품산업이 하루아침에 성장할 수는 없다. 재벌의 경제력집중 폐해가 시정되고 중소·벤처기업이 집중육성되면 경쟁력이 개선될 게 분명하다.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다. 미흡한 점은 있지만 금융 기업 노동 공공 등 4대개혁의 실행도 관치경제에서 자유시장경제로 가는 근본적인 처방이다. 다만 장기적인 산업정책을 마련치않고 있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경기회복 등 당면과제에 급급한 나머지 소홀했던 사회간접자본 및 장기적인 전략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그의 비판중 일부에 무리와 억지가 없지않지만 쓴약을 양약으로 바꾸는 것은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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