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달러자금 사정이 좋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풀려나간 달러자금 회수에 나섰다. 최근 외화자금 사정이 호전되면서 시중의 달러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계ㆍ기업과 연관된 원화 자금시장 부분은 ‘돈맥경화’가 여전해 원화유동성 회수로 이어지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오는 9일 만기를 맞는 경쟁입찰방식 외화대출 30억달러 가운데 20억달러에 한해 만기연장(롤오버) 성격의 재입찰을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20억달러만 다시 시중에 풀고 10억달러는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300억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중 총 160억달러를 매주 20억~30억달러 규모로 시중은행에 단기 대출했다. 그러다 지난달 17일 처음으로 재입찰 만기규모를 3억5,000만달러 줄이면서 달러 회수 의사를 내비쳤고 시장의 반발이 없자 이번에 회수 규모를 더 늘린 것이다. 이번에 입찰금액이 전액 낙찰되면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외화대출잔액은 150억달러로 줄어든다.
한은이 본격적으로 달러 회수에 나선 것은 시장의 달러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무역수지가 3월에 사상 최대 규모인 46억달러에 달했고 4월에도 원유 수입의 감소 등으로 상당폭의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국내 은행의 해외차입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국인 주식투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달러를 더 풀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외화자금시장이 나아지면서 시중에 공급한 달러 규모를 줄여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원화유동성 회수를 논하기는 성급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