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증권산업이 다시 부흥기를 맞고 있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은 온라인으로 주식을 사고판다. 더욱이 개미들은 과거처럼 국내 주식거래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중국이나 미국 등 외국주식은 물론 최근에는 외환(FX) 마진거래까지 투자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는 물론 인터넷 기반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발전한 덕분이다. 올 들어 국내 주식거래 가운데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까지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다양한 온라인 비즈니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온라인 증권 인프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반해 제도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주식을 거래하더라도 금융실명제법상 본인확인 조항 때문에 증권계좌를 만들려면 지점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국내 온라인 증권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3회에 걸쳐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인터넷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HTS가 도입된 것은 지난 1997년부터다.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는 증권전산(현 코스콤) 단말기로만 가능하던 주식매매를 일반 증권사에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HTS를 서둘러 개발, 서비스를 시작했다. HTS는 주식거래의 혁명을 일으켰다. 집에서도 보다 싼 수수료에 주식을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HTS 도입으로 투자 활성화=HTS 도입은 개인의 직접투자를 크게 활성화시켰다. 실제로 HTS가 도입된 이래 지난 10년간 개인투자자 비중은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7.8%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20%를 돌파한 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HTS와 개인투자자들은 상생관계를 유지해왔다. HTS 도입으로 개인투자가 활성화되자 ▲수수료율 인하 ▲투자자 교육 및 모의투자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HTS 서비스도 진화를 거듭했다. HTS 기능은 초기만 해도 단순한 매매 서비스에 불과했다. 그러나 HTS는 시간이 흐르면서 ▲증권시장 전반에 대한 분석자료 ▲은행 계좌와의 접근성 확대 ▲선물ㆍ채권 투자 가능 ▲해외투자 서비스 ▲실시간 증권방송 서비스 등으로 외연을 끊임없이 확장했다. 이는 물론 HTS를 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증권사들의 경쟁적 발전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서비스 및 수수료 경쟁 촉진=대신증권은 HTS 대중화의 씨앗을 뿌린 곳으로 평가된다. 대신증권은 1997년 ‘싸이보스98’을 출시한 이래 HTS 시장을 선도해왔다. 대신증권은 특히 업계 최초로 HTS 프로그램을 태국ㆍ대만 등에 수출해 부가적인 수익원으로 삼기도 했다. 대신증권이 초기 HTS 시장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발휘한 것은 도입시기가 빨랐던데다 서비스 품질도 우수했기 때문이다. 김병철 대신증권 IT본부장은 “대신증권은 다른 회사와 달리 직원용과 고객용 HTS를 동일하게 제작함으로써 고객 편의를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온라인 증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키움증권이 HTS ‘영웅문’을 내놓으며 서비스의 초점을 개인투자자에게 맞췄다. 특히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숱한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며 직접투자 활성화에 기여했다. 키움증권이 2000년 소매영업을 시작하면서 적용한 수수료율은 0.025%. 당시 대부분 증권사의 수수료율이 0.2~0.3%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분의1에 불과했다. 2년 후 후발업체인 이트레이드증권이 0.024%의 수수료율을 들고나왔지만 키움증권이 이미 온라인 시장을 평정한 뒤였다. 현재 키움증권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22%로 확고 부동한 1위다. ◇수수료 경쟁에 올인=수수료율 경쟁은 아직도 여전하다. 수수료율을 낮추는 게 가장 큰 고객유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 최저 수수료율은 0.015%. 지난해 하나대투증권이 은행개설 계좌 수수료율를 0.015%로 내리면서 증권사들의 연쇄 인하를 촉발했다. 대우ㆍ동양종금ㆍ한국투자ㆍ우리투자ㆍ키움 등도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동양종금증권은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지점개설 계좌 수수료마저 0.015%를 적용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수료율 인하 경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수수료율에서도 마진이 크지 않아 수수료율을 추가로 인하할 경우 수익성 훼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증권사들이 가격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증권사로서는 ‘서비스 향상’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경쟁업체의 HTS보다 수수료율은 조금 비싸더라도 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증권사들이 차별화된 HTS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보승 한화증권 증권ㆍ금융부문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거래 수수료율은 더 이상 내릴 수 없는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직접투자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증권사들은 고객확보를 위해 HTS 업그레이드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