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도 회계부정 예외 아니다"

■ 세계언론·전문가 잇단 지적'日 4개은행 매출 부풀리기 의혹'등 도마위에 '아시아, 기업 회계부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 그동안 미국발 회계부정 파문에 가려 별달리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기업들도 회계부정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대변인인 토머스 도슨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얼마나 달라졌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기업 회계 진통을 아시아 국가도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스리니바사 매두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구원은 "미국과 같이 규제 시스템이 완벽한 선진 경제국에서 회계부정 스캔들이 일어나는 마당에 아시아 쪽은 어떨지 누구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학자 마이클 버그먼은 동아시아의 경우 아마도 5,000개 아니면 1만개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가 그동안 회계부정 스캔들의 외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회계부정이 없었다기보다는 특이한 기업구조 등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아시아 기업들은 특유의 족벌 기업구조로 인해 오히려 최고경영자(CEO)의 전횡을 막아 실적 부풀리기의 유혹을 적게 받았다. 또한 회계부정을 이끈 또 다른 요인인 빈번한 인수합병(M&A)이 적었다는 점도 주요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시아 주요 기업들의 회계부정 사건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아시아도 회계 부문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의 4개 대형 은행들이 대출사업 부진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해 수입을 부풀리는 회계조작을 자행해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즈호은행ㆍUFJㆍ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MTFC)ㆍSMBC 등 4개 은행이 금리스와프 거래와 관련한 회계규칙을 악용, 매출을 부풀려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일본 최대의 리스업체인 오릭스도 매출, 일반 관리비용 등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회계부정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아시아증시와 미국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깨지고 이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도 아시아로 이동하는 등 아시아가 상대적인 이득을 보고 있지만 아시아의 기업 회계 역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속속 밝혀질 경우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시아 기업들은 기업지배 구조면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회계부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아시아 기업들이 미 기업들의 회계부정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경제 세계화 추세 속에 아시아 기업들 역시 국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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