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9월 15일] 뛰는 전셋값에 무심한 정부

"정부가 앞장서서 저렴한 아파트를 줄줄이 공급하는데 누가 기존 아파트를 사겠습니까. 전셋값만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지요." 최근 기자가 만난 한 중견 건설업체의 회장은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전세난에 대해 한 마디로 수급불균형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집값은 오를 것 같지 않고 보금자리 등 싼 아파트는 수만 가구씩 분양을 앞두고 있으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실수요자들이 모두 전세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매매'가 아니라 '전세'가 화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지역에서 물건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고통이 크다. 자금 여력이 없어 전세를 구할 수밖에 없는 이들 실수요자가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해 용인이나 하남 등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 W공인의 한 관계자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전용 59㎡형(25평) 내외의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면 1억원선이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이 기준금액이 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전세난이 구조화ㆍ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전셋값 오름세가 올 겨울을 지나 내년 봄 이사철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세 물건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가격 오름세가 쉽사리 진정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해 이사철마다 찾아오는 전세난을 잡겠다는 복안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도시형생활주택은 1~2인 가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고 공급확대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역세권뉴타운ㆍ역세권시프트 등은 사업성 미비 등의 이유로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8ㆍ29부동산대책 역시 전세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는 한마디로 '전세 살 돈에 대출을 더 받아 집을 사라'는 것인데 이런 수요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답은 찾기 어렵다. 지금이 그런 형국이다. 더욱이 앞으로 입주물량은 더욱 줄어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는 눈을 돌려 뛰는 전셋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마련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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