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남매를 키우는 공성식·박정숙씨 부부가 다섯째 희정양 돌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희정양은 현재 4살이며 그동안 태어난 여섯째 기수군도 9개월이 됐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박씨, 다섯째 희정, 넷째 성경, 남편 공씨, 첫째 선영, 셋째 지만, 둘째 선미양. /사진제공=성동구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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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8월6일이었어요. 한여름이라 날씨는 덥고 배는 아파오는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
박정숙(36)씨는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 쌍둥이 자매 선영과 선미를 낳던 날을 잊지 못한다. 시댁에 같이 살던 당시 예정일보다 산기가 빨리 찾아온 것이다. 집에 혼자 있던 터라 박씨는 이웃의 도움으로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예쁜 자매를 얻었지만 시부모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손이 귀했던 터라 내심 손자를 바랐기 때문이다. 남편인 공성식(44)씨도 드러내놓고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섭섭한 눈치였다.
내내 무거운 마음이었던 박씨는 셋째 지만(9)을 가지고서야 발 뻗고 잘 수 있었다. 남편 공씨는 "아들도 얻었으니 이제 그만 낳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또 마음대로 안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성경(7), 희정(4) 자매와 이제 9개월 된 막내 기수까지 아이 셋을 더 얻어 6남매의 부모가 됐다. 아이들이 돌을 맞을 때마다 찍은 가족사진으로 집안 벽면이 가득 찰 정도다.
하나둘 낳아 기르기도 팍팍한 세상에 여섯이나 낳은 이유를 물었다. 공씨는 "굳이 많이 낳을 생각은 없었는데 생긴 아이를 낳지 않으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아서…"라며 멋쩍어 했다.
그러나 많은 자녀를 기르기에 현실이 녹록지 않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임대아파트가 6남매와 함께 지내기에는 너무 좁아 보였고 아이들 학년이 올라가면서 늘어가는 교육비도 공씨 부부에게는 무척 부담이다. 한 철강회사에 다니는 공씨의 한 달 수입 150만여원 남짓과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으로 6남매를 키우기가 빠듯한 형편이다. 학원이나 과외는 엄두도 못 내고 방과후학교에 보내는 게 교육의 전부다.
아이들 옷은 주변에서 얻어 입히거나 물려 입히는 게 대부분이다. 공씨는 "남들처럼 해주지 못하는데도 티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선영ㆍ선미는 한창 놀기 좋아할 나이지만 집안일을 나누고 돌봐야 할 동생들도 따로 정해둘 만큼 철이 들었다. 동생 돌보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지만 고개를 저으며 배시시 웃을 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 보는 낙에 힘든지 모르는 공씨 부부에게 한 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넷째 성경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최근 학군 변경으로 언니ㆍ오빠들과 같은 행현초교에 갈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무래도 같은 학교에 다니면 걱정이 덜할 텐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성동구의 한 관계자는 "학군 문제는 교육청 소관 사항이지만 최대한 방법을 알아보겠다"며 "힘든 형편에도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범 가정이어서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2)2286-7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