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4차협상] 예고된 북핵 후폭풍…파열음 커져

美 대북제재 카드활용 …주고받기 협상 예측 벗어나
상품양허안 양측 이견 너무커 오늘 협상재개도 불투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협상 첫날부터 상품 분야 협상이 중단됨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목표 달성이 극히 불투명해졌다. 우리측 협상단은 상품 분야에서 관세 개방안(양허안)의 골격을 만드는 것이 이번 협상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상품협상이 남은 기간동안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한미FTA 협상 전체에 커다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의 핵실험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 한미FTA에 직격탄을 날렸음을 미측이 부인하지 않고 있어 한미FTA 협상은 내우외환을 겪는 양상이다. 대북제재에 주저하는 한국에 대해 미측은 한미FTA를 지렛대 삼아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려는 듯한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평행선 달린 상품 협상 = 이날 오전 양측 수석대표는 협상 시작과 함께 “의미 있는 진전을 만들자”고 다짐했지만 협상시작 3시간도 채 되지않아 이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미국은 시애틀 3차협상에 이어 4차협상에서도 공산품과 섬유 부분에서 진전된 개방안을 제시했다며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측이 추가로 제시한 개방안은 질적 측면에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미측은 공산품 분야에서 관세철폐 예외로 분류했던 90여개 자동차 부품을 10년동안 단계적 관세철폐로 바꿨을 뿐이었다. 우리측은 “공산품 개방 확대 폭이 너무 작다”며 추가 개선안을 요구했지만 미측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측 협상단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섬유부문에서도 미측은 대미 섬유수출 금액의 절반 이상인 13억달러의 품목에 대해 진전된 개방안을 제시했지만 관세철폐 예외에서 10년간 관세철폐로 미세한 변화만을 보여 우리측 협상단을 실망시켰다. 양국은 수석 대표간 접촉을 계속하며 협상 재개를 모색할 예정이지만 당장 24일 협상의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미FTA, 대북제재 카드로 변질? = “북한 핵실험이 개성공단을 (FTA에서)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더 확고히 했다”는 웬디 커틀러 미측 수석대표의 발언은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을 사실상 반대하는 미국의 속내가 담겨 있다. 미국은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과의 FTA에서 개성공단과 비슷한 경우에도 원산지 특례를 인정해 준 바 있다. 그러나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 커틀러 대표 등은 “개성공단은 ‘북한’에 있다”는 것을 유독 강조하며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이는 개성공단이 북한이 아닌 제3국에 있다면 한국의 영토가 아니라도 특례 인정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측이 개성공단을 한미FTA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주장의 논거로 제시한 “한미FTA는 한미간 영토 내에 국한된다”는 말은 ‘협상의 수사’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개성공단을 압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북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동맹인 한국이 미측 제재안에 적극 동조하지 않자 상당한 서운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측이 줄곧 “연내 한미FTA 협상을 매듭짓겠다”고 강조하다 이날 “내년 초”를 거론하고 한 발 더 물러나 “시한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힌 데는 이 같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측이 대북제재에 있어 한미간 균열이 발생하면 ‘한미FTA 협상 무산’ 카드로 압박해 오지 않을까 우려해왔다” 며 “좋지 않은 징조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쌀이 마지막 쟁점 될 수도 = 미측은 ‘화려한 협상기술’도 몇 가지 선보였다. 미측은 아직까지 쌀 개방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데 이와 관련해 커틀러 대표가 “협상에서는 쉬운 것부터 논의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쌀을 협상 막판 ‘조커’로 활용할 전략임을 시사했다. 쌀 보다 덜 민감한 농산물에서 차근차근 이득을 얻고 마지막에 덤으로 쌀을 이용, 농산물 시장 개방을 극대화할 계획인 셈이다. 실제 미측은 한국에 수출금액이 많으면서도 우리측 생산량이 적은 품목의 시장 개방 확대를 우선 요구했다. 우리측 협상단은 옥수수, 대두, 밀, 근채류 등 상당수 곡물류에 대한 조속한 관세철폐 등 시장 개방확대를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의 협상전략이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