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예비경선)는 초반 결과를 뒤엎으며 후보와 유권자들에게 선거예측을 어렵게 했다. 앞으로 남은 경선은 출마자들과 유권자들의 노력에 달렸다.
공화당 소수파는 계속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공격하고 힐러리 캠프는 본능을 자극한 전략을 일삼는다면 이는 양당 모두에 큰 약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유의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이번 뉴햄프셔 연설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를 겨냥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힐러리 의원도 뉴햄프셔 경선 내내 공격적인 캠페인을 펼쳤다. 그는 근소한 차로 오바마 의원을 눌렀지만 그의 전략은 인종갈등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위험했다.
힐러리 캠프는 여성 대통령이 가져올 변화들을 언급하며 이는 흑인 대통령보다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힐러리 측은 이로 인해 여성 유권자를 한데 모으는 힘을 발휘했을지는 몰라도 공화당과 달리 다양성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기본취지를 훼손했다.
힐러리는 오바마 식 ‘희망과 염원’을 자신도 설파하기 위해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염원은 린든 베인스 존슨 전 대통령이 1964년 인권법을 통과시켰을 때 비로소 이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슨 전 대통령은 희대의 재앙이 돼버린 베트남전을 주도한 인물이다. 힐러리는 결국 흑인의 희망도 백인에 의해 완성된다는 실언을 했다.
우리는 힐러리 의원의 굳은 의지를 존중한다. 다만 지나친 우격다짐식 공세는 민주당 전체에 해가 된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번 민주당 후보들을 두루 좋아한다고 답했다. 힐러리는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공화당도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 공방을 삼가고 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진 것도 바로 네거티브 전략 때문이다. 물론 루돌프 줄리아니 공화당 후보는 여전히 테러를 유일한 대선공약으로 삼는 등 퇴보적인 유세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미국은 고통과 혼란이 뒤섞인 지난 7년을 보냈다. 이제 최소한 양당이 분열과 비난을 매개로 대권을 다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0년 대선에서 내세운 ‘분열 아닌 화합을’이라는 공약은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미국민들은 아직도 이 약속을 지킬 새 리더를 원하며 또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