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29ㆍ코오롱)은 아시안 게임 마지막 날인 27일 중국 광저우 대학성 철인3종 경기장에서 펼쳐진 남자 마라톤에서 여유가 넘쳤다. 5km 가량을 남겨둔 상황에서 경쟁자인 무바라크 하산 샤미(카타르)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독주를 시작했다. 결승점을 눈앞에 둔 뒤 응원단과 하이 파이브를 하는가 하면 손으로 키스를 하며 여유를 부렸다. 그는 2시간 11분11초의 기록으로 지난 2002년 부산 대회(이봉주)에 이어 8년 만에 한국에 마라톤 금메달을 안겼다. 우승한 뒤 주위를 잠시 두리번거리다 금세 아내를 발견한 그는 금메달 세리머니로 한살배기 아기 윤호군을 번쩍 들어올려 환호했다.
지영준은 고교 시절부터 마라톤 영재로 평가받았으나 한동안 우울한 시기를 겪었다. 2005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좌절을 겪었고 소속팀이 내분을 겪은 탓에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4년 전 도하 대회에서 2시간19분35초로 7위에 머무르며 지난 1990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이어온 한국 마라톤의 금맥이 끊어지게 됐다. 비난의 목소리를 버텨내야 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대구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30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며 기량을 강화했다. 작전과 훈련도 금메달을 위한 맞춤형 방식이었다. 광저우의 더운 날씨에 지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국내에서만 훈련하다 3일 전에 입국했다. 국내에서는 1주일에 한번씩 40km를 뛰며 실전감각을 유지했다. 금메달의 강력한 경쟁자인 샤미와의 신경전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상대의 기를 죽였다. 샤미는 마라톤 경주 도중 지속적으로 지영준에게 계속 멀리 떨어지라는 제스처를 취하는가 하면 지영준의 등을 손으로 내려치는 비신사적인 행위까지 했다. 지영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켰고 샤미는 결국 제 풀에 지쳐 은메달도 기타오카 유키히로(일본)에게 내주며 3위로 골인했다.
“이번엔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지영준은 “경기 전에 ‘연습한 대로만 하자’고 다짐했고 제대로 실행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