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기술력 세계가 인정"

미국인 제치고 사상 첫 한국인 수상 쾌거
"必死卽生 모험심이 핵심경영 전략" 밝혀

“미래는 예견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세계 IT(정보기술) 산업의 중심인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인정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사법ㆍ입법ㆍ행정부의 심장부인 워싱틴DC 시내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빌딩. 미국 전자산업협회(EIA)가 주는 전자업계 최고권위의 상인 ‘기술리더상’ 시상식이 열린 이 곳에 참석한 200여명의 미국 정ㆍ재계 인사들은 두 명의 한국인에게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국인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이 상을 수상한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과 그의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축하연주를 자청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날만큼은 워싱턴을 말 그대로 ‘한국의 날’로 만들었다. 황 사장은 “이번 수상은 한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전세계 하이테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기업의 실력을 인정한 것이어서 무척이나 감격스럽다”면서 “디지털 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반도체이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황 사장은 지난 2002년 반도체 칩에 집적할 수 있는 용량이 대략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종전 ‘무어의 법칙’을 깨고 ‘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배씩 증가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발표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은 주인공. 그는 반도체 업계에서 나노 기술을 선도하고 세계의 권위적인 국제학술 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반도체 산업기술발전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사장은 “한국이 아직 IT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기반기술 미흡 등 완벽한 여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무모할 정도의 모험심과 은근, 끈기 등 한국인 특유의 강점으로 앞으로도 세계의 IT산업을 이끌어 갈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의 정신으로 전장에 나선 충무공처럼, 모험을 감수하는 것이 핵심 경영전략”이라며 “전투는 군인이 하지만 전쟁은 백성이 하는 만큼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사업이라고 비상경영으로 가져가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감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반도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 “지난해에는 두 자릿수 성장을 했으나 올해는 5~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의 플래시메모리는 내년 말까지도 수요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가. 그는 특히 “반도체 나노(Nano) 기술과 무선통신 기술의 융합이 미래의 가장 큰 기술이 될 것”이라며 “모바일 등 반도체의 수요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이를 미리 준비한 삼성에게는 좋은 기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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