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 한미교류협회가 미국의 헤리티지재단과 공동으로 주관한 한미관계 세미나의 이틀째 순서가 `새로운 경제의 시대를 위한 준비`라는 주제로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렸다.
토마스 허버드 주한미국대사를 비롯한 세미나 참석자들은 북한 핵 문제 등에 대한 한미간 입장차이가 안보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데이빗 스타인버그 美조지타운대학교수도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감정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전략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민주당의원 등 정치계인사와 김경수 성균관대교수 등 학계인사도 참여한 이 날 세미나에서는 새 정부의 경제개혁정책, 시장자유화정책, 동북아구상 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진행됐다.
▲강봉균 민주당의원=상당수의 한국인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개혁 과제에 대한 기대와 거시경제 안정 및 외국인 투자 유치 등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새 정부 경제팀은 유가상승 대비책과 함께 북한 핵 문제로 불안해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노력을 펴야 한다.
새 정부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경제중심국가 건설은 국내외적인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상하이와 같이 비슷한 야심을 가진 지역과 경쟁해야 하고 국내적으로는 각 지역의 균형발전 요구나 노동단체의 규제 완화 반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마쿠스 놀랜드 美국제경제연구소박사=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은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을 이라크 전 이후로 미루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핵 개발 의혹으로 인한 동북아의 위기상황이 한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같은 안보위기 상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지난 5년간의 개혁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추진, 시장중심 경제체제를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금융분야에 있어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에 분명한 구분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산업을 재벌의 지배로부터 독립시킴으로써 희소자원의 적재적소 분배라는 금융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한다.
▲김경수 성균관대교수=새 정부의 경제팀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위험은 불확실성이다. 중동의 위기로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위험이 있고, 북한 핵 문제로 한반도 안보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정권교체에 따른 새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새 정부 개혁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개혁정책에 대한 장애물은 그 밖에도 있다. 우선 개혁을 통해 사회전체로는 이익을 보더라도 계층별, 산업별로는 손해를 보는 부류가 생길 수 있다. 이들이 전체 이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게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개혁이 초래하는 불확실성을 두려워 한 개개인이 개혁에 대해 저항할 가능성도 있다.
▲조지프 윈더 한미경제학회회장=지난 5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를 봐도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려고 하면 국회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공기업 민영화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제 값을 받기 위해 기다렸다가 팔겠다는 전략이 시장에서 민영화 의지의 후퇴로 해석되기도 한다.
새 정부의 동북아구상과 관련, 너무 많은 제안이 쏟아져 나와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기분이다. 그러나 동북아구상의 핵심은 금융시장이 돼야 한다고 본다. 한국은 이미 허브로 발전하기 위한 물적기반을 갖추고 있다. 금융허브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다른 산업은 저절로 따라 올 거다.
▲데이빗 스타인버그 美조지타운대교수=김대중 정부가 현대상선으로 하여금 북한에 지원하도록 했다는 점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유교전통에서 볼 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당연히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 같은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퍼져나가는 것은 미국과의 갈등을 확산시킬 소지가 있다. 지금까지 한미간의 갈등은 경제적 문제에 국한돼 왔다. 이 같은 추세가 변해 최근에는 정치적 갈등이 더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은 한미간의 경제협력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동북아구상 추진 등 외국과 정책 조율에 나설 때는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