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규제당국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월가 대형은행들이 보너스 잔치를 벌여 비난을 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자사의 투자은행 부문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사 임직원 대부분에게 보너스의 절반 이상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직원 개인별로 받을 보너스가 500만달러(2013년 말 기준)를 넘기면 40%를 현금으로 지급하며 399만~500만달러 미만일 경우 60%를 현금으로 준다. 또한 수령액이 49만9,000달러 이상인 경우 3분기치 보너스를 한꺼번에 지급하며 10만달러 미만은 일시에 전액 현금으로 줄 예정이다.
씨티그룹 대변인은 "보너스 지급조건은 능력과 성과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균형 있게 확립된 것"이라고 강변했다.
JP모건·골드만삭스 등 다른 월가 금융회사들도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최근 잇따라 거액의 벌금을 물었음에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의 연봉은 74%나 오른 2,000만달러로 결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종 금융사고로 거액의 벌금을 물었음에도 CEO가 은행의 수익창출 능력을 보호하고 주가상승을 견인했다는 주주들의 평가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지난해 파생상품 부실거래와 버나드 메이도프의 폰지사기 방조 혐의로 총 200억달러의 벌금을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융당국이나 일반국민은 회사가 벌금 등 큰 처벌을 받았음에도 CEO가 물러나기는커녕 연봉이 인상되는 게 의아하다고 여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돈잔치 흐름은 EU 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지나친 보너스 지급을 비판하면서 최근 유럽 은행들의 보너스 규모가 급감하는 경향과는 반대된다.
FT는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와 관련해 유럽에서 은행보수 규제가 까다롭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씨티그룹 등 월가 대형은행이 이를 비웃는 듯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바클레이스는 임원 보너스를 3년간 연봉의 100%로 동결하는 방안을 2년 연속 시행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보너스 액수에 따라 최소 17.5%에서 최대 90%까지 지급을 유예하기로 했다. 보너스 상한선도 엄격해 도이체방크의 경우 한해에 받는 보너스 액수가 최대 30만유로를 넘기지 않는다.
이처럼 거액의 보너스를 무기로 달려드는 월가 금융회사 앞에 유럽 은행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 은행들이 미국 경쟁사보다 엄격한 보수규정 때문에 경쟁력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