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前 총리, 돌연 중도하차 왜?

與 신당파 외면·지지율 하락등 복합작용

유력 대권주자로 물망에 올랐던 고건 전 총리가 돌연 하차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가 소식에 정통한 열린우리당의 한 신당파 소속 의원은 “지난 연말 고 전 총리가 여당내 신당파 의원들로부터 잇따라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고 전 총리는 지난 연말 자신을 지지해온 신중식 민주당 의원과 함께 범여권의 신당 추진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했다고 한다. 원내 세력이 전무한 고 전 총리로서는 이들 신당파 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을 빨리 해체하고 신당을 만들어야 비로서 공식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의원들은 상당히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특히 일부 의원은 고 전 총리에게“(신당 출범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고언에 그치지 않고 “(대권에 대한)욕심을 버려라”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초 언론사들의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결과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여전히 10%선을 맴돌며 고전한 점도 고 전 총리를 압박했다. 실재로 고 전 총리는 이 무렵부터 공식 활동을 거의 접다시피 하며 칩거에 들어갔다. 가족들과의 관계도 고 전 총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부인인 조현숙 여사는 고 전 총리의 대권행보가 표류하면서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자녀들은 고 전 총리의 대권 행보에 반대의사를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지지율 하락과 이에 따른 여당내 지지자 이탈, 가족문제 등 악재들이 겹치진데다 자금마련도 점점 어려워지자 고 전 총리는 결국 대권에 대한 꿈을 접기로 했다는 게 정치권의 종합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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