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 2년차의 무명 힐러리 런키(24ㆍ미국)가 생애 첫 타이틀을 메이저 왕관으로 장식하는 감격을 누렸다.
런키는 8일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릿지GC 위치할로우코스(파71ㆍ6,509야드)에서 열린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 18홀 연장전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우승컵에 입맞췄다. 함께 피 말리는 연장 승부를 벌인 안젤라 스탠퍼드와 켈리 로빈스(이상 미국)는 각각 이븐파 71타, 2오버파 73타를 쳤지만 공동 2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퀄리파잉 스쿨을 거쳐 조건부 시드권자로 지난해 투어에 데뷔한 런키는 올해까지 모두 22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이 고작 6만9,000여달러에 불과했던 무명 선수. 지역 예선(18홀)과 최종 예선(36홀)을 치러 어렵게 본선 무대를 밟았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 46년부터 시작된 US여자오픈 역사상 예선을 거쳐 출전한 첫 우승자로 기록됐다. 이번 우승으로 무명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낸 런키는 여자골프 사상 최고액인 56만달러의 상금도 손에 넣어 상금순위 88위에서 4위까지 수직 상승했다. 또 5년간 풀시드를 보장 받고 4개 메이저대회에도 자동 출전하게 되는 등 메이저대회 우승자로서의 특전도 누리게 됐다.
내세울 만한 기록은 별로 없지만 투어 5위에 올라 있는 퍼팅(29.06개) 실력만큼은 인정을 받아온 런키는 이번 대회에서도 퍼팅 덕을 톡톡히 봤다. 전날까지 정규 4라운드 동안 홀당 1.53개의 퍼트로 `대리석 그린`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그는 이날 불과 23개의 퍼트로 18개 홀을 마무리하는 빼어난 그린 플레이를 선보였다. 1타차로 추격해온 스탠퍼드가 마지막 18번홀에서 6㎙ 거리의 긴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서든데스 연장전을 기대하던 순간에도 런키는 오른쪽으로 휘는 4.6㎙짜리 버디 퍼팅을 홀에 떨궈 길고 길었던 90홀 대회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퀄리파잉 스쿨로 되돌아갈 걱정을 하던 무명에서 단숨에 메이저대회 우승자 반열에 올라선 런키는 경기 후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