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말투가 편합니다." 스물 다섯 여배우 이아이의 말투는 독특했다. 모든 말은 '다'나 '까'로 끝났다.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대한민국 1%>(감독 고(故) 조명남ㆍ제작 기억속의매미)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 작품에서 해병대 특수수색대에 최초로 부임한 여부사관 이유미 역을 맡은 이아이는 남자 배우들과 스태프에 둘러 싸여 진짜 남자 같은 삶을 살았다. "실제 여군 중사를 만나 인터뷰하면서 여군이 겪는 차별과 편견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영화를 찍으면서는 남자들보다 뒤진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영화를 위해 여덟 달 동안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 가며 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아이의 본명은 이영은.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로 소속사 대표가 '아이'라는 예명을 붙여줬다. '나 아(我)'와 '햇무리 이(珥)'를 쓴다. '빛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우연히 지금의 소속사 대표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대표님을 만난 후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연기를 공부하며 서울과 일본을 오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기하는 것이 너무나 좋습니다." 이아이는 2006년 SBS 드라마 <나도야 간다>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첫 선을 보였다. 이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평범한 얼굴을 지적하며 성형 수술을 종용하는 이도 있었다. 이아이는 머리를 숏커트로 깎으며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많은 역을 맡았습니다. 독살당하는 궁녀, 보호자를 애타게 부르는 간호사, 회상 장면에 등장하는 죽은 아내 등이었죠. 처음 대본에 있던 대사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 좌절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아이는 <대한민국 1%> 대본을 보고 공개 오디션에 참가했다. "무엇을 잘 하냐"는 감독의 질문을 받은 이아이는 "머리를 박을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호기심 있게 바라보는 감독 앞에서 이아이는 3분간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여자는 신체구조상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린 자세를 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3분 정도 그런 포즈를 취했더니 감독님이 일어나라고 하셨죠. 전 더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합격시켜 주셨습니다." 여배우가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이아이는 "이 영화는 여성을 위한 영화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사실에 이아이는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극중 유미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서 자신을 이겨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거나 도전을 망설이는 여성분들에게 작지만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군대가 배경이지만 여성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