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오른쪽) 외교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방한한 스티븐 보즈워스(왼쪽)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예방을 받고 북핵 문제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조영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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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에 대해 '심각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양국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겨냥한 '비핵화 압박'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흐르는 듯하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급격한 불안정 기류에 휩싸이고 있다.
한미 양국은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북한의 핵무기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보고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북한의 이번 조치가 '대화 압박'을 위한 조치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해 긴급 방한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2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잇따라 만나 "우리가 거의 20년간 대처해온 것들 중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심각한 도발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앞으로 관련국들 간 긴밀한 협의를 거쳐 공동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북정책 실패' 지적에 보즈워스 대표는 두 손을 저었다.
◇벼랑 끝에 서나=그동안 '선(先) 비핵화'를 주문해온 미국과 '선(先) 북미관계 진전'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 간 대결 구도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북핵 문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비록 대화와 협상 국면이 조금씩 진전돼왔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대응'과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라늄 파문 후 정부가 '선(先) 비핵화-후(後) 6자회담' 기조를 강조하며 한미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대치 전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무기 제조 과정에서 플루토늄 방식보다 우라늄 방식이 더 위협적인 만큼 이번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를 계기로 한미를 포함한 5자의 북핵 접근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추가 제재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압박이 이뤄질 수도 있으며 정치적 접근을 통한 통 큰 결론이 점쳐지기도 한다.
우선 북한의 이번 원심분리기 공개를 한반도 긴장 고조를 목적으로 한 마지막 카드라고 규정하게 되면 추가 대북 제재가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추가 제재가 현실화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추가 제재를 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논의된 것이 없다"고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굳이 꼽자면 유엔 안보리 제재는 실효성이 약한 만큼 만약 가능하다면 양자 차원의 제재가 그나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여기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북한이 과거 핵실험을 강행한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새로운 갱도를 만들며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을 건너나=반면 북한이 내보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대화 국면의 급진전도 예상할 수 있다. 북한이 앞으로도 다양한 핵 카드를 꺼내며 긴장수위를 높이고 대화 압박의 태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의해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미국 학자들을 불러 'HEU 프로그램'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한 배경을 지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이 우라늄 농축 카드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다소 엇갈리지만 중국 역시 몰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보즈워스 대표와 위 본부장의 방중을 통해 드러날 중국의 메시지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