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클라우스 교수 「한국경제 위기」 강연

◎과잉규제 등 5대 문제점 지적/금융시스템 비효율/노동시장 유연성 부족/기업 창조적 혁신 결여/관료적 정부기구 정부 정책 불확실성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3일 미캘리포니아대의 로렌스 클라우스 교수를 초청, 원내 세미나실에서 「한국경제의 위기―원인과 처방」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서 클라우스 교수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과잉규제와 금융시스템 비효율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기업의 창조적 혁신 결여 ▲관료적인 정부기구 ▲정책의 불확실성 등 다섯가지를 지적했다. 다음은 클라우스 교수의 강연 내용. 현재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는 한국 주변지역의 제반 문제점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이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으나 아시아지역과 차이가 나는 것은 서로 경제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면, 미국은 저인플레이션과 저실업률, 빠른 수출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수입증가율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상태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지 미국경제의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한국은 거시지표상 성장률도 나쁘지 않고 인플레이션도 문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는 등 경상수지 적자폭도 지난해보다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달리 경제구조적으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기업의 수익비중이 점차 낮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한국경제는 과다한 규제와 비효율적 금융시스템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기업간 인수·합병에 관한 규제가 너무 많아 경쟁력이 없는 기업을 매도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가 심각히 노출되고 있다. 금융산업에 있어서 정부의 산업정책에 따른 개입으로 인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산업정책은 경쟁을 저해하고 현재와 같은 재벌의 부작용을 낳았으며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도 이 때문이다. 현재의 금융문제에 대하여 한국정부는 직접적으로 기업을 도와주어서는 안되며 금융기관을 보조해야 하는데 이에는 다음의 조건이 따른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하여 경영자의 책임을 물어야 하며 ▲정부의 개입은 개입 한도가 명시적이어야 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야 한다. 또 ▲손해보는 은행은 제3자에 인수시킬 수 있어야 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노동계약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며 ▲정부의 보증은 옵션 등을 이용하여 이익으로 보상돼야 한다. 금융산업은 국제 금융시장 통합으로 시급히 개혁을 하지 않으면 국내적으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쟁에 직면하게 되므로 서둘러 자유화하고 개방하여 경쟁력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은, 둘째 노동시장의 유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권리가 지나치게 주장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정치화는 근절돼야 한다. 특히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업장간의 연대파업과 같은 것은 절대 없어야 한다. 셋째, 한국기업에는 창조적 혁신이 결여돼 있다. 벤처기업 육성과 중소기업에서의 혁신이 대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국내기업과 외국기업간의 합작을 통한 혁신이 활발해야 한다. 넷째, 한국정부는 지나치게 관료적이다. 강력한 정치적 지도력이 게임의 룰을 정하는데 필수적이다. 다섯째, 정책의 불확실성이 문제다. 예를 들어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별개이므로 여소야대의 경우 대통령이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해나감에 있어서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정책이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에서 대통령이 과반수의 표를 얻지 못할 경우 정통성에도 의문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정책이 표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기는 개혁에 절호의 기회임이 역사적으로 밝혀졌으므로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정리=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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