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경우 아니면 중단"…신한銀 일선 영업점에 지시도 "웬만한 중소사 돈 빌리기 힘들어"
입력 2007.07.09 18:02:29수정
2007.07.09 18:02:29
금융권이 최근 건설업체들에 대한 대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분양가상한제 등 강력한 부동산 투자 규제조치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월 중견 건설업체인 신일이 지방 미분양 사태를 견디지 못한 채 부도로 쓰러진 후 은행권은 일제히 건설업 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신규 대출 억제 및 기존 건설업체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예고된 수순으로 평가된다.
◇지방 중소 건설사 대출은 사실상 중단=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확산되자 지방 중소형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공문을 통해 우량 건설사 보증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방 사업은 신규 대출을 중단하도록 일선 영업점에 지시했다.
우리은행도 본부 여신심사팀, 주택금융사업팀 등 유관 부서들이 건설업 대출 모니터링을 위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신규 대출한도 축소 및 대출기준 강화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택개발지구로 지정되거나 우량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참여하지 않는 사업의 경우 사실상 대출이 이뤄지기 힘든 분위기”라며 “정부의 각종 규제조치로 부동산 경기가 갈수록 위축됨에 따라 건설업체들에 대한 대출 심사기준도 한결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건설업 대출을 바싹 조이기 시작하자 대출 증가율도 크게 둔화되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1ㆍ4분기 건설업 대출이 5,000억원 이상 증가했지만 2ㆍ4분기에는 증가 규모가 3,000억여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계약 PF 대출도 최대한 엄격히 심사=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건설업 호황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PF 대출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계약 PF 대출’이란 시중은행의 대출을 받기 전에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부터 토지 매입자금 용도의 계약금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PF 대출을 말한다. 상당수 시행업자와 중소 건설업체들이 사업 초기 시중은행의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 ‘브릿지론(bridge loan)’ 형태로 돈을 빌린 후 인허가, 시공사 선정 등 사업조건이 갖춰지면 은행권 자금을 빌려 2금융권 대출자금을 갚는 방식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이 같은 브릿지론 성격의 계약 PF 대출도 규제하자 시행사 및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크게 심화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계약 PF 대출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대출을 해줬지만 미분양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중소 건설업체의 부도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분양 리스크, 시공사 리스크, 사업 리스크 등 다각도로 대출 기준을 따져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분양 가능성 등을 엄격히 따지는 통에 웬만한 중소 건설사나 시행사들은 대출 승인을 받기가 힘든 실정이다.
◇대출승인률 급감=대출 심사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은행권의 대출 승인율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동일한 조건에서 대출이 10건 이뤄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5건 이하도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담보를 잡을 수 있는 PF 대출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경우다.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일반 대출 신청은 재무구조가 우량한 업체가 아니라면 사실상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건설업체는 나름대로 자금력이 있어 일반 대출을 사용하지 않는 반면 미분양 사태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 건설사들은 일반 여신 지원은 물론 PF 대출도 받기 힘든 상황이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