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예산안을 평가한 자료를 보면 신규 사업계획 가운데 상당 부분이 효율성과 신뢰성이 결여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신규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없이 일단 예산을 따내고 보겠다는 심사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속에서 나라 곳간은 텅 비어 있는데 일선 부처에서는 사업계획도 충분하지 못한 신규 예산을 요구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업계획 미비=‘문제 사업’을 유형별로 보면 우선 사업계획이 미비해 세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된 사업이 8건이었다. 국토해양부가 수자원공사 지원사업에 책정한 800억원의 경우 사업기간과 총 출자금액에 관한 계획이 미비한 만큼 세출의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50억원이 책정된 지식경제부의 광역경제권 연계ㆍ협력 사업은 사업 방향만 수립된 상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통상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할 ‘재외공간 현지인 행정원 역량 강화사업(100억원)’도 다른 사업에서 추진하는 ‘영사협력원’ 확충과의 연관성을 고려해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위사업청의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사업’에 대해서는 합동참모본부를 중심으로 사이버방호사령부 창설에 대한 새로운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예산안 계획자체가 미비하다고 분석했다. ◇재정지원 필요성 낮음=재정지원 필요성이 낮은 사업으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과 후 종일 돌봄 교실 설치 한시 지원사업(400억원 책정)’ 등 3건이 꼽혔다. 종일 돌봄 교실 사업의 경우 지난 2008년부터는 원칙적으로 지방비 부담사업이라는 게 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지경부의 ‘가스냉난방 보급확대사업(100억원)’은 관련 사업을 이미 가스공사가 자체 추진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소기업청의 시니어 창업육성사업(50억원)은 고령자의 경우 단순노동 투입 중심의 낮은 부가가치 업종인 만큼 정부가 창업지원에 나서더라도 효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시급성이 낮음=시급하지 않은데도 신규로 추진되는 3개 사업도 세출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8억1,200만원을 요구한 ‘글로벌 인적 인프라 구축 사업 및 외교를 빛낸 인물선정 사업’이 대표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전거유스호스텔 사업(24억1,200만원)’은 자전거 이용객이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는 빈도가 적어 건립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제기됐다. 방위사업청의 대대급C4I 사업(4억3,400만원)은 “오는 2010년 사업을 개시할 경우 추가적인 성능개량 필요해 예산 낭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예산액이 과다=너무 많은 예산이 편성된 사업도 8건에 이르렀다. 국가보훈처가 235억원을 들여서 추진하기로 한 ‘6ㆍ25전쟁 60주년 기념사업’은 사업 일부가 달러당 1,300원 기준으로 편성해 과다편성 지적을 받았다. 재정지원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은 교육과학기술부의 ‘방과 후 종일 돌봄 교실 설치 한시 지원 사업’은 전국 초등학교마다 한 개의 돌봄 학교를 설치할 경우 과다 투자가 예상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부가 19억9,200만원을 들여 추진할 ‘디지털방송콘텐츠 지원센터 사업’은 부지매입 등 기간을 고려할 때 집행이 불가능할 것으로 지적됐고 탈북자ㆍ방북자ㆍ국제기구 등 심층정보 수집사업(통일부ㆍ10억4,700만원)을 추진하면서 조사대상자에게 20만~50만원의 사례금을 주기로 한 것은 과다하다는 분석이다. 괴산건축 산단진입도로 사업과 논산2 산단진입로 사업(국토해양부ㆍ47억5,000만원)은 사업간 전용이 많아 적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미완료=내년 사업을 위한 예산 편성임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은 것도 4건에 달했다. 지경부가 야심 차게 추진할 ▦온라인전기자동차기반 단기수송 시스템 개발(200억원) ▦모바일하버기반 단기수송 시스템 개발(200억원)은 교과부가 신청한 관련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입자가속기 기술개발사업(교과부ㆍ30억원)이나 임진강 수계 농어촌용수공급사업(농림수산식품부ㆍ5억원) 역시 같은 지적을 받아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법적 근거 없는 등 사례=600억원이 책정돼 추진할 예정인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식품 전문 투자펀드 출자 사업’은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는 등 법적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비슷한 사례가 7건이다. 슈퍼소재 융합제품산업화 사업(지경부ㆍ100억원) 등은 다른 사업과 중복된다는 평가를 받았고 저소득층 에너지 저소비ㆍ고효율 제품 교체지원 사업(지경부ㆍ300억원) 등 3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