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63은 선수를 뽑겠다는 수. 백66은 이렇게 따내는 것이 최선이다. 참고도1의 백1로 받으면 흑2가 선수로 활용되며 흑4쯤에 못질을 하면 흑진이 걷잡을 수 없이 부풀게 된다. 백68은 지금이 타이밍이다. 흑69는 가에 받을 수도 있지만 최철한은 일단 공손하게 참아 두었다. 이젠 백70도 불가피한 응수라고 볼 수 있다. 이 자리를 역으로 흑에게 당하면 귀의 사활이 문제가 된다. 흑71은 욕심 사나운 수. “이렇게까지 둘 필요는 없어요. 다소 위험한 수입니다.” 김만수5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한다. 나쯤에 지키고 싶다는 얘기였다. 뤄시허도 이건 좀 괘씸하다고 생각했는지 72로 풍덩 뛰어들었다. 흑73, 75는 기세. 사느냐 잡히느냐 하는 일직선의 승부가 되어 버렸다. “살 확률이 더 큰가요, 죽을 확률이 더 큰가요?” 워드 담당의 시인 박해진이 흑75가 놓인 시점에서 김만수5단에게 물었다. “살 확률이 70퍼센트 이상입니다.” 김만수가 이렇게 대답했을 때 백76이 놓였다. 그 수를 보고 김만수는 얼른 말을 바꾸었다. “쯧쯧. 이젠 죽을 확률이 70퍼센트예요.” 백76으로는 참고도2의 백1, 3으로 두어야 했다는 지적이었다. /노승일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