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 안정적 확보

석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리나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국제적인 자원 공급부족 또는 가격폭등은 그만큼 국내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고철ㆍ식량 등 자원도 중국의 대규모 수입에 따른 물량부족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요 에너지자원의 97%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다. 석유수입은 세계 4위를 달리고 있다. 에너지자원을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데 매년 300억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의 20% 이상을 에너지 수입에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유가 급등은 국제수지 악화 뿐 아니라 산업체의 에너지비용 증가로 인한 생산비 상승과 자동차 및 난방용 연료를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의 가계지출 증가까지 야기한다. 문제는 에너지 수급불안의 원인이 통제 불가능한 외생변수라는 점이다. 최근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천연가스 재고량이 3일분밖에 안 남았느니 하는 보도가 잇따르던 원인도 바깥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의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방식은 장기계약에 의한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ㆍ계약물량을 인수하든, 하지 않든 대금을 지급)` 방식으로 국내 수요변동에 상관없이 연중 일정한 물량이 들어오고 있지만 소비는 겨울에 집중된다. 여름철에는 남아도는 가스를 저장해야 하고 겨울철에는 가스공급이 부족해 현물시장에서 추가 구입하는 이른바 `동고하저`형 수요 패턴이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일시정지로 인해 발전연료용 LNG를 현물시장에서 대량 구매하는 통에 우리나라가 현물시장에서 LNG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발전소에서는 LNG 대신 값비싼 경유를 사용하기도 했다. 에너지의 수급문제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모두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급등은 이라크 사태로 인한 원유공급 차질 우려에서, 천연가스 수급불안은 일본이 발전용 LNG를 현물시장에서 대량 구매한 데서 연유한다. 수급불안을 해소하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에너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국내외 자원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베트남 석유개발 성공, 동해 가스 생산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세계 10위권의 에너지소비를 충당하기에는 미약하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석유ㆍ가스 등 에너지자원을 우선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해외자원 개발에 따른 이익창출뿐만 아니라 비상시 에너지자원의 안정공급을 보장받는 첩경이다. 두번째는 에너지수요 부문에서의 대응이다. 에너지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에너지수요 관리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에너지산업 자유화로 공급시스템의 유연성이 증대됨에 따라 수요 부문에서도 시장경제원리를 도입해 유연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수요관리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규제를 배출가스 총량규제로 전환, 연료사용 규제를 완화해 소비자의 연료선택의 폭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는 보다 유연한 가격시스템의 도입이다. 현재 전력 및 가스요금은 공공요금의 성격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도 에너지 수급상황에 따라 보다 신축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신축적인 가격조정이 필요한 사례가 심야전력요금이다. 과거에는 심야전력부하가 매우 낮았으며 이에 따라 심야전력요금 또한 매우 낮게 책정됐었다. 이에 따라 심야전력 수요가 급증해 때로 값비싼 LNG까지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비싸게 전기를 생산해 원가 이하로 파는 결과가 된 상황에서도 심야전력요금은 계속 낮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여년 동안 에너지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해 천연가스 도입, 지역난방 보급, 발전설비의 확충 등 에너지 수급구조를 현대화시켜왔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소요되는 에너지를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정책의 결과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ㆍ사회구조를 갖게 됐다. 해외 에너지자원 개발정책과 에너지수요 관리시스템, 유연한 에너지 가격시스템 마련은 우리 경제가 에너지 다소비형 구조로 인한 부작용에서 벗어나 한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제공해줄 것이다.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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