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허머' 퇴출된다

"더이상 기름먹는 하마는 싫어"…고유가 지속에 연비낮아 미국인들 외면
대형모델 'H1' 올들어 100대도 못팔아


‘더 이상 기름 먹는 하마는 필요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스포츠형다목적차량(SUV)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의 ‘허머(Hummerㆍ사진)가 유가 급등에 따른 판매저하로 생산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그동안 고유가에도 끄덕 않던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1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GM은 허머 가운데 가장 대형 모델인 ‘H1’의 생산을 다음달부터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GM의 이번 결정은 판매부진에 따른 것이다. GM은 지난해 H1을 겨우 374대 팔았으며 올들어 4월까지 판매대수는 100대도 안된다. 지난 92년 첫선을 보인 H1은 미군의 전투차량인 ‘험비(Humvee)’를 민간용으로 개조한 모델답게 사막이나 늪지 등 험한 지형 돌파능력과 비탈길 등판능력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지난 96년 제작된 헐리우드영화 ‘더 록(The Rock)’에서 숀 코너리가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질주하던 그 차량이다. GM의 허머 담당 본부장인 마틴 왈시는 “허머의 DNA는 여전히 험비 속에 살아 있다”며 “우리는 소비자에게 보다 어필할 수 있는 허머를 만드는 데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P는 허머 시리즈(H1~3) 전체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 GM 이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SUV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미국에서 H1 같은 대형 SUV를 모는 것은 성공과 남성다움의 상징이자 미국식 과소비의 표상으로 여겨져 왔다. 영화배우이자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제너거는 허머를 2대나 갖고 있다. 문제는 경제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 H1은 무게가 5톤에 이르고 연비가 리터당 2.6㎞도 안된다. 가격은 14만달러(약 1억3,000만원)가 넘는다. 그동안 GM도 허머가 실생활에서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인식, 모델을 늘이면서 크기는 계속 줄여 왔다. 지난해 출시된 ‘H3’의 경우 무게가 2톤으로 가벼워지면서 연비는 8㎞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허머 전체의 올 판매량이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에도 못 미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 컨설팅업체인 IRN의 에리히 머클은 “휘발유 값에 신경을 쓰지 않던 사람들이 과거 허머를 구입했지만 이제는 지나친 감이 있다”며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사회에서 지탄을 받는 것은 물론 이미 주차공간마저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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