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EU 탄생 50주년

파이낸셜타임즈 3월 19일자

유럽연합(EU)의 모태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을 골자로 한 로마조약이 체결된 지 오는 25일로 50주년을 맞는다. 로마조약을 통해 유럽 국가들이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협력하게 된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6개 국가로 시작한 EEC는 현재 27개 회원국을 거느린 EU로 진화했다. EU는 안정과 번영을 확산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비범한 조직이다. 특히 EU는 그동안 개혁을 이끄는 ‘부드러운 힘’의 원천임을 입증했다. 물론 EU가 관료적이며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것은 올바른 지적이다. 그럼에도 EU와 같은 공동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EU헌법 비준을 부결시켰음에도 EU의 영향력은 훼손되지 않았다. 실제 EU는 최근 정상회담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등의 중요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EU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들과는 달리 단일 통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외교와 안보 문제도 협력하고 있다. 테러의 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EU는 회원국간 무비자 여행을 보장하고 있으며 정보 수집과 치안도 협력을 도모하고 있다. 전세계 어느 국가간 조직도 이 같은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럽 시민들은 EU가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유럽의 정치ㆍ경제 상황이 현재보다 악화됐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세계화로 인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럽 시민들은 EU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길 원하고 있다. 외교ㆍ치안ㆍ환경ㆍ에너지 등의 문제 등에서 EU의 능력 발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경제성장과 복지라는 두 가지 과제도 해결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EU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다. EU는 아직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EU는 한 국가의 정부가 아니다. 세금을 거둬들이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쓰는 일은 개별 국가의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 EU는 다만 초국가적 과제를 위해 세금의 일부를 떼어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U가 앞으로 그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회원국들이 EU헌법 제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EU 확대에 대한 회원국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또 EU의 의사결정구조를 개혁하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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