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4.6%는 우리경제가 적어도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되고 있음을 지표상으로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소비와 산업생산 증가에 따른 기대 이상의 고성장은 4,5월에도 지속되고 있어 우리경제는 2·4분기도 높은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연간으로도 최소한 4%대 중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의 플러스 성장 반전은 일단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투자와 설비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은 소비 위주의 성장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빠른 속도의 성장은 거품을 낳고 결국은 물가상승과 국제수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은 성장률=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올 1·4분기중 GDP성장률은 3.1%. 불과 2주전 청와대에 비공식통로를 통해 전달한 잠정치도 4.2%였다. 그러나 결과는 4.6%로 나왔다.
분기성장률이 예상을 초월함에 따라 올해의 연간 성장률 예상치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한은이 올초 연간 경제목표를 세우면서 설정했던 연 GDP성장률은 3.2%. 당시만 해도 「한은이 너무 높혀 잡았다」는게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은은 4월말 이를 3.8%로 수정했다.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이제는 수정예상치를 또 수정해야 생겼다. 박재준(朴載俊) 한은 부총재보는 『1·4분기 성장률만 감안해도 연간으로 0.4%성장요인이 추가된다』며 『오는 6월 수정예상치를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성장률 왜 올랐나= 통계에 따른 착시 현상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 지난해 연 5.8% 마이너스 성장했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가 조금만 늘어도 성장해도 전년동기와 비교되는 성장률이 높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앞으로도 성장률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2·4분기와 3·4분기의 성장률은 각각 마이너스 7.2%와 마이너스 7.1%. 4·4분기도 마이너스 5.3%다. 지난해 1·4분기의 3.6%보다 높다. 경제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해도 앞으로의 성장률은 더욱 높게 나타나게 돼 있다. 또 올해 성장률은 높아도 내년 이후에는 정체될 가능성도 많다. 지금은 「루트(ROOT·√)형」 성장률 곡선의 상승 2~3부 능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한은은 통계가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 전년동기대비 비교라는 계절적 요인을 제외한 새로운 통계기법을 개발중이다. 새로운 통계방법이 병행사용되면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6월말 발표예정.
◇지표로는 IMF 극복= 1·4분기 성장률의 의미는 4.6%라는 전년동기 대비 숫자보다 IMF이전에 경제가 정상적으로 굴러가던 97년도 수준을 넘어섰다는데 있다. 97년 1·4분기와 비교했을 때 성장률은 플러스 0.9%. IMF이전보다 우ㄴ리경제 규모가 미미하게나마 커진 것이다. 지표상으로로는 IMF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와 재고감소가 성장 견인차= 외환위기 이전의 96%수준을 회복한 소비가 성장을 이끌었다. 활발한 소비에 따른 재고 감소도 성장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연간 마이너스 9.6%를 기록했으나 올 1·4분기에는 6.3%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됐다. 연간 38.5% 감소했던 설비투자도 12.9%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간 마이너스 7.2%였던 제조업생산도 10.7% 증가했다.
◇낙관은 금물= 도처에 복병이 깔려 있다. 우선 지금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장을 이끌고 있는 소비 증가의 상당부분도 일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령 승용차를 바꾸려했던 사람들이 IMF가 터지자 구매를 연기하다 경기가 나아지는 조짐이 보이자 차를 샀는데 한꺼번에 발생한 이같은 소비수요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성장률 자체가 정상패턴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상반기에 집중시키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재원이 부족해져 현 수준의 성장률을 뒷받침할 재원이 부족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수출이 실제로는 부진하다는 것도 문제. 올 1·4분기중 물량기준으로는 12.9%늘었다고 하지만 경기회복시 20%씩 증가했던 과거보다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더욱이 금액기준으로는 오히려 전년동기보다 3.2% 감소했다.
이같은 우려와 달리 성장을 지속해도 문제가 남는다. 경기과열과 인플레 압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은 정정호(鄭政鎬) 경제통계국장은 『인플레이션 갭이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려할만 한 수준은 아니며 다만 내년에는 물가와 국제수지 불안요인이 있다』면서 『IMF이후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인 연구개발과 기술투자같은 고부가가치 투자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홍우 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