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자회사나 계열사로 유지되고 있는 대형 저축은행의 통합을 추진키로 했다. 대형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가 줄어들고 실질적으로 대출이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중장기적으로 '○○Ⅰ저축은행', '○○Ⅱ저축은행', '○○Ⅲ저축은행' 등의 방식으로 법인이 구분돼 운영되고 있는 저축은행을 하나로 합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당국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대형 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이를 합병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늘리기만 해 문제"라며 "실질적으로 하나의 저축은행인만큼 이를 합병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통합을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금융위기가 안정되는 대로 이를 시행할 것"이라며 "법인세 등의 혜택을 주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대형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다음에도 이를 합병하지 않고 별도로 운영해왔다. 솔로몬ㆍ경기솔로몬ㆍ호남솔로몬, 현대스위스Ⅰㆍ현대스위스Ⅱㆍ현대스위스Ⅲ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통합을 유도하면 예금ㆍ대출 감소 및 조직개편 등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경우 ⅠㆍⅡㆍⅢ저축은행에 각각 예금을 하면 은행별로 5,000만원씩 최대 1억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게 되지만 통합되면 5,000만원밖에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안정성을 고려해 예금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 또 저축은행별로 운영돼 왔던 임원이나 지원부서도 합쳐져야 한다.
매각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이 ⅠㆍⅡ 식으로 나눠져 있으면 하나만 따로 떼어 팔 수 있지만 통합되면 사실상 저축은행을 통째로 팔아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이 다른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이를 그대로 둔 것은 매각시 프리미엄을 따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하나의 저축은행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를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계열 저축은행을 합치게 되면 수신과 여신이 크게 줄어들어 영업이 크게 위축된다"며 "자금 공급 등의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