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정확한 예측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시장의 꽃, 애널리스트들의 고난이 계속되고 있다. 수억원의 몸값으로 흥정 되던 애널리스트시장도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아마추어는 본인의 돈만 날리지만 프로는 남의 돈까지 날리게 한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원래 실시간으로 형성되는 주식가격은 그때그때 매매에 참가하는 수많은 국내외 비범한 투자자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의 결과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틈새에서 남보다 우월한 수익률을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자본시장은 효율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합리적 또는 효율적이라 불리는 자본시장에서는 현재에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이미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증권가격에 다 반영된다. 또한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주가변화도 오늘의 주가변화만 초래할 뿐이다. 가령 내일 1000원이 오를 것으로 예측 된다면 아무도 오늘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므로 오늘의 주가상승만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정보만이 미래의 가격변동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는 글자 그대로 알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정보를 반영하는 미래의 증권가격은 당연히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무작위(Random)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효율적 시장가설”이라고 하는데 파마(Fama)가 1970년에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후 많은 논란과 검증 속에 현대 재무론의 가장 중요한 연구 과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파마는 그의 이론에서 효율적 시장의 속성을 약형,준강형,강형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하여 약형 시장에서는 과거의 모든 정보가, 준강형에서는 현재 일반에게 공개된 모든 정보가, 강형에서는 공개된 정보뿐 아니라 비공개 된 내부정보까지도 증권가격에 반영된다고 한다. 따라서 시장이 완전하게 효율적이라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많은 사실들이 부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효율적인 시장 하에서는 증권의 적정가치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일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증권의 분석방법은 크게 과거의 주가차트를 연구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기술적 분석과 기업의 재무정보나 경기예측 등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통해 주식의 본질가치를 구하는 기본적 분석이 이용되는데 약형 효율적 시장에서는 기술적 분석의 내용이 별 필요가 없게 된다. 이미 현재의 주가에 과거의 주가 추이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논리로 준강형, 강형시장에서는 기본적 분석이 쓸모가 없게 된다.
물론 1월 효과 등 여러 가지 이례현상과 주식시장의 과대변동현상을 들어 현실의 자본시장이 과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지에 대한 지적은 계속되고 있지만 자본시장이 완전하게 효율적이지는 못하다 하더라도 상당한 정도로 효율적이고 일련의 시장투명화 조치에 의해 그런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공정공시제도의 시행이후 애널리스트들에 의한 차별화된 정보의 생성이 사실상 어렵게 되는 현상을 보며 결국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화할수록 증권분석가의 입지는 좁아진다는 결론이 나온다. 애널리스트는 고된 작업을 통해 시장의 효율성증대에 기여도 하지만 이에 비례하여 자신의 입지는 오히려 좁혀지는 역설(Paradox)의 위치에 있다. 현실에서 유능한 증권 분석가들이 누리는 대우와 인기와는 매우 모순되는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애널리스트들의 거품은 꺼져야 한다. 또한 이번 기회에 검증을 통한 합리적이고 올바른 애널리스트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경제에 좋은 거품(benign bubbles)은 하나도 없다.
<공인욱 연합인포맥스 금융공학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