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학년도 대학입시는 비교적 쉬운 수능시험 때문에 고득점자가 크게 늘고 재수생의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각 영역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가 다수 출제돼 중위권 학생들은 예년과 비슷한 성적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득점자가 많이 몰리는 상위권대학과 의ㆍ치대, 한의대 등은 어느 해 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며, 수능보다 구술면접이나 논술 등의 다양한 전형요소가 당락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은 7대3정도로 `쉬웠다`, `점수가 다소 올라갈 것 같다`는 반응이었으며, 입시 기관들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쉬워 만점자도 나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상위권대 치열할 듯=올해 수능문제에 대해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아주 쉬웠다는 반응이다. 특히 언어의 경우 교과서에 나온 지문이 출제돼 시간을 많이 절약했으며, 수리도 까다로운 문제가 없이 평이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몇몇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자신의 성적을 자신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유병하 고려학원 평가실장은 “난이도 있는 문제가 몇 개 출제됐지만 상위권은 크게 어렵다고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만 중위권에게는 이 문제가 까다로워 변별력 제고하기 위해 낸 문제가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상위권대학과 인기학과는 경쟁률과 커트라인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올해는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것”이라며 “따라서 구술면접ㆍ논술에 대한 부담 때문에 눈치작전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두터워진 상위권 학생들의 경쟁으로 재수생들이 강세를 보인다면 재학생들은 하향지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수험생 안도, 교사들 분주=수험생들은 올해 수능이 예상대로 평이하게 출제되자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모의고사 360점대인 재수생 김석동(18)군은 “언어영역부터 익숙한 지문이 출제되고 난이도도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해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며 “수리영역에서 새로운 문제유형이 별로 없었고, 종전의 수능시험 또는 모의고사 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선고교에서는 대체로 평이한 출제를 환영하면서도 영역별 가중치 부여 정도가 제 각각인 각 대학의 입시요강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특히 올해 수능부터 소수점 이하 반올림으로 인한 성적 역전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정수 배점이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언어영역은 지난해까지 1.8, 2, 2.2점 등 3가지 문항을 출제되던 것이 올해에는 모두 정수 배점 문항으로 바뀌었고 1점짜리가 5개, 2점 50개, 3점이 5개 출제됐다.
백승한 에듀토피아 중앙교육 평가실장은 “수험생들은 3점 문항을 틀리면 타격이 큰 만큼 심적 부담이 한층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상위권과 중위권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