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3년간 200억원 투입 원형대로 복원"

문화재청 기본방침 발표

국보 1호 숭례문 전소와 관련, 문화재청이 11일 숭례문 복구를 위한 기본 방침을 발표했다. 문화재청은 3년에 걸쳐 추정치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복원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원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차장은 이날 오전10시30분 숭례문 화재현장에서 ‘숭례문 복구 기본방침’을 발표하고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장은 “지난 2006년 제작한 정밀실측도면을 기본으로 하고 1960년대 초 발간된 숭례문 수리보고서를 참고로 해 숭례문을 원형대로 복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이 밝힌 복구 기본방침에 의하면 기존 부재는 최대한 재사용하도록 하고 구체적 사용범위는 현장 확인조사 결과와 자문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결정하며 복원시에는 일제강점기 때 변형된 좌우측 성벽도 함께 복원된다. 복원자문위원회는 문화재 위원, 소방관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이날 문화재자문위원 자격으로 현장을 방문한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교수는 “실측자료와 사진이 있어 형태적 복원은 가능하지만 정신적ㆍ역사적 복구는 쉽지 않기 때문에 복원되더라도 ‘21세기에 중건된 숭례문’이 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복원된 숭례문의 국보 가치에 대해 김 교수는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석축은 600년 문화의 가치를 그대로 갖고 있지만 그 위에 새로 중건되는 부분의 가치는 전문가들과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숭례문의 2층 부분은 전소됐고 기와는 불이 스쳐가면서 급격히 강도가 떨어져 재사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1층 기둥과 공포(기둥과 처마를 연결하는 나무 부분)의 일부는 재사용이 가능하며 기단이 되는 석축 부분도 보수로 되살릴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고베 대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기술적 노하우를 확립한 일본, 9ㆍ11테러 이후 역사적 재평가과 철학적 문제까지 고려한 미국의 복구 등 해외 사례를 들어 “성급한 복원보다 방재 시스템 마련과 학술적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광화문 복원작업도 진행 중인 상황이라 전문인력과 자재 부족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문화재청은 국내산 목재를 미리 비축해둔 상태라 수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측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워 국민 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과하면서 “이번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방재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숭례문 화재 소식을 접하고 이날 오후 프랑스 출장에서 급거 귀국했다. 한편 최근 문화재청은 현행 국보지정번호 체계를 폐기하고 관리번호로만 활용하는 개선안을 내놓고 검토 중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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