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한국건축문화大賞] 일반주거부문 대상

[오름-묵방리주택] 비탈진 언덕길 지형 그대로 살려



비탈진 언덕길에 비스듬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오름-묵방리주택’은 마치 당장이라도 넘어져버릴 것만 같은 형태다. 푸른 대지 위에 ‘ㄱ’자 형태로 꺾여져서 회색빛 송판 무늬 콘크리트로 마감된 건물은 이 곳이 주거용 건물이라기 보다는 작은 연구소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자연 속에 자리하는 한 가족의 보금자리는 흔히 보던 전원주택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오름이라는 주제를 가진 이 집은 한국건축문화대상 주거부문에서 입상한 작품 중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지어졌지만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움켜쥐었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건축물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한 묵방리주택은 어찌 보면 주변의 집들과는 달리 다소 튀어보인다. 하지만 외부 지형을 그대로 살리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한 점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규모가 작은 단독주택으로 대상이 공동주거부문과 일반주거부문으로 나뉜 첫 해 일반주거 대상을 수상했지만 굳이 시상 규모가 늘지 않았더라도 주거부문 대상을 받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좋은 점수를 받은 것은 설계자와 시공자 겸 건축주가 하나된 호흡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심사위원들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설계를 맡은 임재용 건축사는 “건축주가 언제 이런 건축적 소양과 취향을 갖추고 설계자에게 건축물을 의뢰하는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건축적 소통면에서 기존 건축가 뺨칠 정도로 폭 넓은 안목을 가졌다”고 건축과 시공을 맡은 우성희 교수를 추켜세웠다. 우 교수도 “처음 설계할 때부터 설계자와 일치된 생각으로 집을 만들었다”며 “설계자의 의도를 존중해 때로는 요구 사항을 포기하면서까지 설계자의 결정을 따랐다”고 말했다. 건축주의 문화적 역량과 설계자의 감각이 결합될 때 좋은 건축물이 나온다는 것을 묵방리주택은 잘 나타내고 있다. 안마당쪽으로 넓게 나있는 창문은 햇살을 머금듯이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바깥마당의 작은 창은 이를 다시 외부로 전한다. 집안에서도 외부, 즉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것이 이 작품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이처럼 묵방리주택은 독특한 외부 형태만큼 세밀한 부분에서도 건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설계자 임재용 건축사 사무소 OCA소장 "건축물은 규모보다 함축된 정신 중요" “이전에는 건축문화대상에서 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수상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다른 평가를 받아 좋은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건축물은 규모의 크기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함축된 정신으로 판단되어져야 한다는 제 생각이 실현된 것 같아 더 기분이 좋습니다.” 임재용(45ㆍ사진) 건축사무소 OCA 소장은 올해로 한국건축문화대상과 두번째 인연을 맺게 됐다. 지난 2004년 ‘우면동 스튜디오’로 우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는 일반주거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임 소장은 “지난 8월에 대통령자문 건설기술ㆍ건축문화선진위원회에서 매달 선정하는 ‘8월의 건축문화환경’에 ‘림스 코스모 치과’가 선정되고 이번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까지 받게됐다”며 “최근 연이어 두 차례의 큰 영광을 누리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할 때 무엇보다 기존의 환경을 최대한 살리는 건축을 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오름-묵방리주택’도 고저차 9미터에 이르는 경사지에 기존의 산세를 그대로 살려 최소로 필요한 부분만을 평지로 만들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경사진 마당을 만들었다. 묵방리주택의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가 가진 폭 넓은 건축적 소양과 다양하고 상세한 요구 사항에 그는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건축주가 기존 건축가 뺨칠 정도의 감각을 지녔다”며 “설계가 진행될수록 세세한 부분까지 의견을 나누며 나중에는 나 자신도 많은 부분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고 설계 과정을 회고했다. 오 소장은 “건축은 건축주의 문화역량만큼만 가능해 좋은 건축은 좋은 건축주 없이 불가능하다”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포기하면서까지 건축가의 결정을 따라준 건축주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건축을 문화로 인식한다는 의식이 부족한 것에 대해 건축가들의 분발이 필요하고 앞으로 해외에서도 한국 건축가들이 활약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오 소장은 “이번 상이 저 자신에게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더욱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이 됐다”고 평가했다. 프로필 ▦1961년생 ▦서울대 건축학과 ▦미시간대 대학원 건축학과 및 도시설계학과(석사) ▦건축연구소 OCA LA 소장 ▦경기대 건축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건축설계 스튜디오) ▦건축사 사무소 OCA 소장 주요작품 ▦비움IㆍII ▦광림교회 수도원 야외음악당 ▦림스 코스모 치과 ▦우면동 스튜디오 ▦혜명 교회 ▦연동교회 가나의 집 ▦수지 영락 교회 ▦서초동 스튜디오 ▦일산 주택 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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