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5.31> 한나라 '빅3', 대권경쟁 속으로

'反與정서에 따른 반사이익' 분석에 "안심은 일러"
한나라 차기 대선 준비 '풀가동'… 박근혜-손학규-이명박 물밑다툼 치열할 듯

한나라당은 5.31 지방선거 압승으로 가깝게는 여름 정국과 멀게는 차기대선 정국을 주도해 나갈 확실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후폭풍으로 내부 갈등의 소용돌이로 급속히 빨려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호남을 제외한 지방권력을 유지하면서 차기 대선승리를 위한 전진기지를 사실상 `풀가동'해 기초를 다질 수 있는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셈이다. 또 지방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7.26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승리, 정권교체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나가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야심찬 복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압승이 내년 대선의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압승에 안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도 각종 국회의원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등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정작 `전쟁'인 대선에서는 간발의 차이로 분루를 삼켰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6.13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압승 역시 당에 대한 국민적지지의 결과라기 보다는 심각한 `반여(反與), 비여(非與)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잇따라 터진 대형 공천비리, 성추행 파문, 술자리 파문 등에도 불구, 한나라당이 여당을 사상 최악의 참패로 내몰며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의 `실력'보다는 여당의 `실정'이 주효한 측면이 강하다. 당장 이재오(李在五) 원내대표가 이날 호남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싹쓸이에 가까운 승리가 점쳐지고 있는 순간에도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들자"고 거듭 다짐할 정도로 신중함을 잃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차기 대선이 2002년 대선의 `재판'이 돼서는 안된다는 경계심이 그대로 투영된 언행인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의 과제는 `내부'로 수렴되고 있다. 오는 6월 16일 물러나는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후임과 최고위원들을 새로 뽑는 7월 초 전당대회는 당내 대권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전대에서 선출될 최고위원 5명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될 최고위원회의가 대선을 관리하고 18대 국회의원 공천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대는 차기 대권예비주자간의 치열한 대리전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집권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만큼 대권 주자들의 `내 사람 심기' 경쟁은 불꽃이 튈 것으로 보인다. 당 외곽에 머물고 있어 행동반경이 극히 제한돼 왔던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가 당에 복귀해 이번 전대의 예비 대권경쟁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박-이-손 빅3는 전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진급 30명의 지분확보를 위해 벌써부터 물밑경쟁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을 정도이다. 특히 이 시장에게 다소 유리했던 당내 역학구도가 박 대표 피습사건을 계기로 양자간 팽팽한 구도로 재편되면서 두 사람 간의 양보없는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7-8월중 여의도나 종로에 선거 사무실을 내고 본격 경쟁에 나설 예정이다. 파주 LG필립스 LCD단지 조성으로 `저평가 우량주'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지사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당장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만들기'로 자신감을 얻은 소장파들은 전대가 박대표와 이 시장의 대리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표 외부영입론을 제기하고있다. 이들은 또 7월초에 전대를 치르면 이재오 원내대표가 현역 프리미엄을 지닌만큼 유리할 것으로 보고 전대 시기를 8월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다 영남권 중심의 당권파와 소장파 위주의 개혁세력 사이의 갈등 내지 노선투쟁 가능성도 엄존하다. 대선 승리를 위해선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만 보수성향이 강한 당 특성상 조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권력을 손에 거머쥔 `거야(巨野)' 한나라당이 자칫 조기 대권경쟁에 불을 댕겨 자중지란에 빠질 경우, 차기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견제론이 힘을 발휘할 개연성에 일찌감치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