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지출 늘고 소득은 제자리…家計 '빨간불'

대출금리·사교육비 고공행진 불구 신규 고용 '엉금엉금'
4가구중 1가구 '적자'…"신용위험 커져 부실화 가능성"


올해 42세로 자녀 둘을 두고 있는 직장인 김인수(가명)씨는 최근 들어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늘었다. 중견기업이지만 재무구조가 탄탄했던 직장은 경기침체 여파로 상반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2년 전 대출을 끼고 샀던 아파트는 가격이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지난해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매입했던 가격 수준에 머물고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멈추지 않아 매달 내는 이자만도 150만원 안팎으로 늘었다. 1년 전부터 매달 넣고 있는 주식형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에 다니는 두 자녀의 사교육비는 줄어들기는커녕 매달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살림살이는 사실상 적자로 전환됐다.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중복해 가입하고 있던 보험을 해지했지만 지출이 여전히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러다가는 적금마저 깨야 할 판”이라고 김씨는 하소연했다. 한국의 가계살림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증가한 가운데 금리는 오르고 있지만 적자 가계부를 메워줄 소득은 증가율이 더딘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고용시장마저 얼면서 집 대출과 교육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40대의 경우 1년 사이 취업자가 고작 5만여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때문인지 4가구 중 한가구는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다. 그만큼 빚을 내 가계살림을 유지하는 가계가 늘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07년 6월 말 350조8,000억원에서 올 6월 말 376조9,000억원으로 7.4% 증가했다. 또 주택담보대출(변동금리) 금리 적용 때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7년 6월 말 5.00%에서 10월2일 현재 5.88%로 17.6%(0.88%포인트)나 상승했다. 1년 사이 가계대출이 26조원가량 증가했고 CD 금리가 0.88%포인트 상승한 점을 고려해볼 때 2,288억원가량의 추가 이자 부담이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가계대출을 받은 10가구 중 9가구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가계소득이 대출 증가율보다 한참 못 미친다는 점. 대출은 2007년 6월~2008년 6월에 7.4% 늘었지만 이 기간 동안 전국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5.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국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상반기 월 평균 269만4,000원에서 올 상반기 283만6,000원으로 소폭 올랐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고용시장 침체는 가계의 대출상환능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년 사이 전체 취업자는 고작 0.7%, 17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졸자 등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규 고용이 최소 30만명은 돼야 하는데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가계대출과 교육비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40대의 취업시장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 40대 취업자의 경우 2007년 6월 653만2,000명에서 2008년 6월 658만8,000명으로 0.8%(5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가계의 연체율만 놓고 볼 때 1%를 밑돌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득보다 대출이 더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대출의 신용위험이 계속 커지면서 부실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