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0일 콜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콜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인상, 3년반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상향조정한 금통위가 연속적으로 콜금리를 올릴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중금리는 연중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우는 등 주변여건은 콜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으나 금통위의 분위기를 살펴볼 때 아직은 콜금리 동결쪽에 무게가 실리는 편이다.
◇외부여건은 인상 압박 커 = 지난 4일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3년만기 국고채)는 연 5.07%로 또 다시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중금리 흐름은 콜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지난주초 미국의 정책금리가 연 4.00%로 0.25%포인트 인상돼 우리 콜금리와의격차를 0.50%포인트로 확대한 것 역시 콜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내년 1월말 퇴임할 때까지 남은두차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0.2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한국의 콜금리가 동결됐다가는 한.미간 정책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2년 넘게 정책금리를 연 2.00%에서 동결해온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상을 적극 검토하는 쪽으로 분위기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앞다퉈 6%대의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은추가 콜금리 인상을 예상한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안팎의 분위기는 마치 금통위에 대놓고 콜금리 인상을 단행해 시장이 선도한 금리추세를 사후추인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금통위 시그널은 동결에 무게 = 박승 한은 총재는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한층 강화하겠다"면서 콜금리 조정에 관해 충분한 시그널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9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했으며 10월에는 콜금리 인상을 단행, 시그널을 실제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시장의 예측력을 한단계높여놨다.
그러나 박 총재는 10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향후 콜금리의 추가 인상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금통위의 성명도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금통위가 던진 시그널을 근거로 할 때 시장은 11월 금통위에서 콜금리의 동결을 예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만일 금통위가 11월에 콜금리를 재차 인상하고자 한다면, 최근에라도 모종의 형식을 빌려 시장에 사전 신호를 줬어야 했으나 지금까지는 그러한 신호가 감지된 바없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경기지표가 호전되고는 있으나 건설경기와 설비투자지표, 가계소득 등의일부 지표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금리인상을 가로막는 요소다.
◇연내 1차례 인상 여부에 관심 집중 = 한은 고위인사는 "콜금리 인상 또는 인하는 경기순환 사이클처럼 하나의 흐름과 방향을 나타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마치 연중행사처럼 일회성에 그쳐 소기의 정책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언급은 한은이 장기간의 콜금리 동결에서 탈피, 금리인상 기조로 방향을선회한 이상 앞으로 단계적 금리인상 수순을 밟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해석된다.
따라서 10월에 이어 콜금리 추가인상이 곧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금통위가 일단 11월에는 동결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12월에 콜금리를 인상하기에는 여건이 썩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 많다.
12월에는 기업과 개인 모두 자금수요가 많아 금리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효과가상당히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가급적 연말에는 금리인상을 피해가야 한다'는 룰이시장에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통념을 깨고 금통위가 시장을 선도해 나갈 지 여부가 주목된다.
◇전문가들 의견 여전히 엇갈려 = LG경제연구원의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기업.
가계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12월에는 금리인상이 일종의 모험일 수 있기 때문에 11월에 콜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금리인상은 간신히 움직이기 시작한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는 격"이라고 지적, 금리인상에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본부장도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정책금리를 올리면 이를 정당화시켜 주는 형식이 될 것"이라면서 "자칫 잘못하면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감소를 초래, 경기회복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의 김정우 수석연구원은 "내외금리차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이 타당하다"면서 "최근 한.미간 시장금리 차이가 1.00%포인트 미만으로 접어들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자금 유출을경계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시장금리 차이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정책금리도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