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쪼들리고 해외파에 뜯기고.’
결실의 계절이 왔지만 시즌을 마감한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의 주머니는 어느 해보다 가볍다. 경기 침체로 대회 수가 줄면서 전체 상금 규모가 축소된 데다 그마저도 해외 활약 선수나 외국인 선수에게 상당 부분 빼앗겨 수입이 더욱 쪼그라들었다. 선수들도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끝난 SBS프로골프최강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친 남자프로골프는 불경기와 상금의 해외 유출이라는 이중고에 완전히 울상이 됐다.
남자 선수들의 ‘아픔’은 상금 수입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우승 없이 상금왕에 오른 장익제(31ㆍ하이트맥주)의 시즌 상금누계는 1억4,308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역시 1승도 없이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던 신용진(40ㆍLG패션)이 받았던 2억778만원의 70%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무려 6,470만원이 줄어들었다.
억대 상금 선수는 지난해 신용진을 비롯해 정준ㆍ장익제ㆍ박노석ㆍ김대섭ㆍ오태근 등 8명이나 됐지만 올해는 장익제와 위창수ㆍ박노석 등 3명에 불과했다. 상금랭킹 상위 10명의 상금 평균도 지난해 1억3,232만원에서 8,631만원으로 3분의2 토막이 났다. 하위권으로 갈수록 ‘민생고’는 더욱 심해져 대회 출전을 생업으로 삼는 134명의 투어프로 가운데 70명 이상이 상금 수입 1,000만원 미만에 그쳤다.
대회 수가 지난해 11개에서 8개(한일전 제외)로 줄어든 게 주요 원인이지만 절반에 해당하는 4개 대회의 우승컵을 해외 초청선수에게 내주며 ‘피 같은’ 상금을 헌납한 것도 뼈아팠다. 특히 총상금 5억원으로 최대 규모인 알짜 대회 3개에서 1승도 건지지 못한 것이 컸다. 개
막전 매경오픈은 마크 캘커베키아(미국)가 우승했고 SK텔레콤오픈에선 사이먼 예이츠(스코틀랜드)와 릭 깁슨(캐나다)에게 1, 2위를 모두 내줬다. 한국오픈은 1위 에드워드 로어(미국)부터 3위 어니 엘스와 공동4위 2명까지 ‘톱5’를 외국인 선수가 휩쓸어 내셔널타이틀이라는 명칭이 무색해졌을 정도.
최종전에서는 최경주가 우승상금 5,000만원을 따낸 뒤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지만 이들의 상금합계는 5억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다 오는 11월 제주에서 열리는 총상금 350만달러짜리 PGA 공인대회 코리아골프챔피언십이 단 한명의 국내 투어 선수도 참가 시키지 않기로 하면서 상대적 박탈감까지 감수해야 하게 됐다.
한편 아직 시즌 최종전을 남겨두긴 했지만 여자프로골프도 2개 대회가 줄면서 선수들의 수입이 감소했다. 올해부터 우승상금 비율을 높여 현재 1위 송보배(18ㆍ슈페리어)의 상금이 1억7,047만원으로 지난해 상금왕 김주미의 1억3,251만원을 넘어섰지만 1억원을 돌파한 선수는 지난해 4명에서 올해 송보배 1명으로 줄어들었다. ‘해외파’ 우승은 13일 현재까지 9개 대회에서 MBC-XCANVAS오픈(안시현)과 PAVV인비테이셔널(강수연) 두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