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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을 생각하면 새벽마다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직장인인 정구현(37·사진)씨는 최근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2011년 1월부터 말을 타며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한 생생한 승마 일기다.
정씨는 말과 가까이 있었지만 한참 동안 말은 그저 직장의 일부분이었다. 2004년 한국마사회에 공채로 입사한 그는 현재 서울방송팀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 말에 오른 것은 4년 전.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서울(서울경마공원) 내에 승마장과 우수한 교관이 있어 입문은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꼭두새벽에 나와 말을 탄 뒤 출근하는 생활을 4년간 지속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새벽마다 저를 깨운 건 말이었습니다. 승마는 운동기구가 아닌 생명체를 활용합니다. 조금 게으름을 피워 말을 방치하면 말이 삐칩니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녀석을 좁은 마방(말이 쉬는 방)에 종일 있게 두면 게으른 주인을 떨쳐버리고 싶을 테죠." 승마를 사랑하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열심히 하게 되고 어느 정도 하다 보니 습관이 됐다고 했다.
말의 매력에 빠져든 건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부츠 안쪽 부분이 터져 급한 대로 부츠를 정강이 중간까지 내려 신고 타야 했다. 그때 그는 문득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부츠를 내린) 종아리가 따뜻해지고 말의 걸음걸이가 바뀔 때마다 옆구리와 복근의 움직임이 전해졌다"는 그는 "쉴새 없이 움직이는 말의 근육들을 몸으로 느껴보니 경이롭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장비 문제로 우연히 발견한 말과의 일체감이었다.
1978년생 말띠이기도 한 그는 "승마의 매력은 말과 밀고 당기면서 결국 합의점을 찾고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람은 승마의 참맛을 느끼고 말은 달리는 본능에 충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말과 교감해야 하고 교감을 위해서는 말을 배려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내 욕심을 버리고 말의 입장에서 습성과 기분을 이해해주는 것에 승마 실력 향상의 비법이 숨어 있다"고 했다. "테크닉이 아니라 온몸으로 말을 느끼고 온몸으로 생각하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접근하세요. 어느 순간 진정한 승마인이 돼 있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지난해 승마지도자 자격을 딴 그는 "그동안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많은 승마인이나 예비 승마인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책에서 입문 과정을 소개한 그는 앞으로 승마대회 출전을 목표로 삼고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담아 대회 도전기 같은 것을 써볼 생각이다. "승마의 매력과 승마에 접근하는 보다 쉬운 길을 알리면 승마 대중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