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기업/타임머신] 디지털TV와 함께 먹고자고...

2011년 10월 7일. 삼성 라이온즈와 해태 타이거스의 프로야구 코리언 시리즈 7차전이 열리는 날이다. 새천년씨는 침대 옆에 달린 작은 TV 화면에서 나오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아침 6시 30분이다. 화면에는 오늘의 날씨와 새벽에 열린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한 「황색특급 강속구」의 승전보와 투구 내용을 알려 준다. 아날로그 TV 방송이 지난해에 완전히 중단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디지털 TV시대가 열렸다. 신문과 방송들은 「제 4의 정보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난리다. 세상이 변하긴 정말 많이 변했다. PC를 통한 인터넷은 이제 진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으니까. 힘겹게 하루 일을 마치고 퇴근하니 오후 6시. 방에 들어가니 디지털 TV가 자동으로 켜진다. 마침내 기다리던 코리언 시리즈 7차전이 시작됐다. 1번 타자가 타석에 등장한다. 디지털 TV는 그의 올해 타율과 홈런, 도루 등 타격 성적을 스크린 한 쪽에 보여준다. 화면 왼쪽 아래에는 코리언 시리즈 MVP를 뽑는 시청자들의 투표가 방송과 동시에 진행된다. 새천년씨는 5회가 끝난 뒤 잠시 짬을 내어 미국과 시차 때문에 낮에 하지 못했던 업무를 시작한다. 디지털 TV를 이용하여 미국의 거래처와 화상 통화를 하는 것이다. TV의 스크린이 분할된다. 미국의 바이어와 양국의 프로야구 얘기 등을 시작으로 상담을 한다. 드디어 3,000만달러의 디지털 TV 수출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일을 마치자 새천년씨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졌다. 소파 옆에 있는 디지털 냉장고는 어제 밤에 맥주가 다 떨어졌다는 것을 알고 전자 상거래 시스템을 통해 새천년씨가 즐기는 맥주를 자동으로 주문했다. 새천년씨는 오늘 아침에 배달돼 디지털 냉장고 속에 들어 있는 시원한 맥주 1병을 꺼내 「디지털 세계」의 풍요로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어느 새 8회가 끝났다. 삼성이 5:3으로 앞서고 있다. TV 화면에 광고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좌변기 광고다. 『아직도 화장실에서 신문을 보십니까? ○○디지털 좌변기는 당신이 화장실에서 힘을 쓰고 있는 동안 문에 달린 화면을 통해 오늘의 주요 뉴스를 알려줍니다. 물론 당신의 오늘 일정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지요. 꼭 사용해 보세요. ○○디지털 좌변기!』 경기가 끝났다. 삼성 라이온즈가 마침내 5년만에 코리언 시리즈의 정상에 올랐다. 경기 도중에 시청자들의 전자 투표로 뽑힌 MVP는 시청자들과 디지털 TV를 통해 직접 인터뷰를 한다. 디지털 TV는 잠을 잘 시간이 없다. /강창현 기자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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