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징계보다 운영의 묘를"

예보, 성과급 지급 황영기 우리금융회장등 경고
정상화 늦어져 公 자금회수 걸림돌 우려
우리銀 'MOU 개선 하자' 주장 제기도


금융권에서는 예금보험공사가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에 경영정상화 양해각서(MOU)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는 ‘운영의 묘’를 기할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예보는 18일 예금보험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의 지난 3월27일과 4월3일 성과급 및 특별격려금 지급이 MOU 위반이라며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경영진 2명에게 경고하고 4명을 자체 징계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인 만큼 대주주(정부)의 경영감독을 받아야 하지만 직원들에 대한 독려 차원에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조차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지나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금융계에서 벌어진 영업전쟁의 선두주자였으며 그룹 차원에서는 올 상반기에 1조45억원의 수익을 냈다. 다른 은행들에 비해 경영진은 물론 은행원들이 열심히 뛴 결과이고, 이는 경쟁은행들도 인정하는 바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지주회사가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지분 77.97%를 쥐고 있는 국영기업이라는 사실이다. 흔히 국책은행 등 국영기업의 문제는 방만한 경영과 안이한 영업행위가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사항으로 나오지만 우리은행에서는 영업 결과에 대한 성과급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우리은행은 3월27일 임직원에게 초과 성과급 474억원에 이어 4월3일 특별격려금 395억원을 추가 지급했고 예보는 이를 MOU 위반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지금 당장 우리은행에 필요한 것은 성장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만약 이번 징계조치로 우리은행의 정상화가 지체된다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특히 “문제가 된 특별격려금은 올해 실적이 나쁠 경우 내년에 성과급을 줄이기로 노조와 약속을 한 후 선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예보의 반대에 부딪혀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4월 우리금융은 신용카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려다가 예보의 반대로 참여를 포기해야 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도 우리금융지주는 황 회장 등 경영진과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주려고 했지만 예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한 고위간부는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받지 못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이해되지만 영업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행원들에게 격려금을 준 것도 문제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은행 안팎에서 예보와 맺은 MOU를 개선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3년간 금융감독원의 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상을 받을 경우 MOU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MOU의 일부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달 열린우리당 송영길ㆍ이상경, 민주노동당 심상성 의원이 공동 주최한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향후 처리방안’ 토론회에서 MOU 존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예보와 MOU를 체결한 금융기관 임원이 두차례 경고를 받으면 임원에 재선임되거나 다른 MOU 체결 기관의 임원을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황 회장은 한번의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임원 연임에 문제는 없다. 황 회장은 2004년에도 성과급 지급 문제로 예보의 주의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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