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플레이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경기였다. 강호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진 이번 대회였기에 안전 플레이의 중요성이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44세의 노장 셰리 스테인하워(미국)는 캐리 웹, 박세리, 아니카 소렌스탐 등 올 시즌 여자골프 메이저 챔피언들에 비해 화려하진 않았지만 티샷을 반드시 페어웨이에 떨구고 그린 공략 때는 위험한 지역을 철저히 피하는 경기운영으로 올해 마지막 메이저왕관을 썼다. 그는 7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랭카셔주 블랙풀의 로열리덤&세인트앤스골프장(파72ㆍ6,46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를 이븐파 72타로 잘 막아내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우승했다. 이날 4번홀(파4)에서 단 1개의 버디를 뽑아내는데 그쳤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보기 1개를 곁들였을 뿐 ‘안전운행’에 주력했다. 어려운 코스에서 나흘(72홀) 동안 파보다 나쁜 기록을 낸 홀은 단 6개(보기 4, 더블보기 2개)에 불과했다. 특히 2라운드 6번홀부터 4라운드 17번홀까지 무려 48개홀 ‘노 보기’ 행진을 펼쳐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샀다. 크리스티 커(미국)와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을 3타차로 제친 스테인하워는 98년과 99년에 이어 대회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 대회가 메이저로 승격된 것은 2001년이었기 때문에 ‘진짜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LPGA투어 통산 7승째이자 92년 뒤모리에클래식에 이어 메이저 2승째. 갈 길 급했던 위성미(17ㆍ미셸 위)는 공격적인 경기운영 끝에 공동26위(6오버파)로 마감했다. 이날 버디 4개를 잡았지만 196개나 도사린 벙커에 발목이 잡히면서 트리플보기와 더블보기, 보기를 1개씩 묶어 2오버파 74타를 치는데 그쳤다. 특히 15번홀(파5)에서는 2차례 벙커에 빠지고 2번 모두 2타만에 탈출한 뒤 3퍼트까지 범했다. 올 시즌 6번째 출전한 LPGA투어 대회에서 처음으로 ‘톱5’ 안에 들지 못한 위성미는 “어떤 대회보다 배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LPGA 멤버가 아니어서 출전 제한(7개 대회)이 있는 그는 이로써 올해 프로무대 첫 승 도전 기회로 삼성월드챔피언십(10월13~16일) 한번만을 남겨놓게 됐다. 한희원(28ㆍ휠라코리아)과 김주미(22ㆍ하이트)가 나란히 공동10위(2오버파)에 올라 한국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호주 유학생 양희영(17)은 60위(13오버파)에 그쳤지만 베스트 아마추어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