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야간경기가 시행중인 서울 과천 경마장. 아직도 3경주나 남아있지만 8시쯤 되자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구매소도 길게 줄을 늘어선 다른 때와 달리 여유로 왔다. 한달에 서너 번 경마장을 찾는다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지난해만해도 하루 12경주 중 10경주 이상 마권을 샀지만 올 들어서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4~5경주 이내로 줄였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올림픽공원 내 위치한 잠실경륜장. 몇년전부터 경륜에 재미를 들였다는 한모(43)씨는 “예전엔 한 경기당 베팅 한도인 5만원까지도 돈을 걸었지만 요샌 너무 부담스러워 1만원 정도로 낮췄다”고 말했다.
경마ㆍ경륜ㆍ경정의 베팅산업 `3경(竸) 형제`가 불황의 파고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있다. `불경기엔 오히려 사행산업이 뜬다`라는 일반론을 무색케 하듯 매출과 1인당 평균구매액이 20~30% 가량 뚝 떨어졌다. 베팅산업의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경륜의 경우 사업 첫해인 94년 이후 9년 만에, 경마는 IMF때인 9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시작한 모터보트 레이싱인 경정도 경기침체 영향으로 기대 이하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한국마사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매출액은 3조1,275억원(서울경마 기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4,772억원(13.2%) 감소했고, 일 평균 매출액은 651억원으로 15% 줄었다. 반면 입장인원은 2002년보다 192만여명(27.8%) 늘어난 884만여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인당 연간 평균 구매액은 35만4,000원으로 전년동기 52만1,000원에 비해 무려 32.1%나 급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매출감소의 원인은 경제적 불황으로 개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베팅액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며 “하반기에도 특별히 나아질 게 없어 올해는 매출감소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륜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다. 지난 94년 이후 IMF의 어려움 속에서도 매년 두배 가량 성장해오던 경륜은 올해 처음으로 극심한 불경기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8,251억원으로 2002년(1조789억원)대비 23.5%(2,538억원)나 떨어졌다. 입장객(202만명)도 전년대비 10만여명 줄었다. 경기침체로 1만원 이상 고액 베팅자가 크게 감소한 점이 매출급감의 주 원인으로 경륜운동본부측은 파악했다. 본부 관계자는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경정 역시 우울한 상황이다. 상반기 매출액은 1,198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1,223억원)보다 다소 하락했다. 올해 경기 일수가 지난해보다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평균 매출은 비슷하지만 사업초기 시장 규모가 팽창한 경마ㆍ경륜과 비교해볼 때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