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퇴임 이후 2년간의 취업제한이 풀리자마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외이사로 추천되면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김 전 위원장의 인연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사석에서 종종 "돈은 적더라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 온 김 전 위원장이 미래에셋을 선택한 것을 두고 "박 회장에 대한 믿음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는 얘기가 증권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김 전 위원장과 박 회장의 인연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래에셋증권 설립을 위해 금융 당국을 찾은 박 회장은 '어떻게 로비를 해야 하나'고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법규총괄과장이었던 김 전 위원장의 한 마디가 박 회장의 심금을 울렸다. "박 사장, 공무원들에게 밥 한 끼 사지 않아도 증권사 만들 수 있어요. 당신처럼 젊은 사람에게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미래가 달려 있으니 열심히 해서 꼭 성공하기 바랍니다."
박 회장은 밤샘으로 눈이 벌겋게 충혈된 김 전 위원장의 한 마디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했다"고 2007년 자서전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회고했다.
박 회장은 김 전 위원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미래에셋증권의 탄생과 성장뿐이 아니다. '인사이트펀드'가 난항을 겪는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은 적립식 펀드투자 문화를 정착시키며 우리의 투자문화에 끼친 영향이 상당하다. 그래서일까. 2008년 초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에서 퇴임한 김 전 위원장은 2010년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로 박 회장과 재회한다. 이듬해 김 전 위원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한 데 따라 4개월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두 사람의 믿음을 견고히 하기에는 충분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총수가 있는 대기업보다는 이미 한 차례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는 미래에셋을 편하게 느꼈을 것"이라며 "공무원과 업계 대표의 특성상 박 회장과의 왕래가 잦지는 않았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신뢰도 쌓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랜 인연 탓에 김 전 위원장이 사외이사 본연의 견제와 감시의 목소리를 다 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