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3년생이 사장됐다

고척고 윤민 양, 캔 재활용기 개발 환경기업 세워"아이디어와 기술로 환경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학입시를 위해 한창 학업에 열중해야 할 '고 3'의 신분으로 '캔 재활용기계'를 개발, 특허획득과 사업자 등록까지 마치고 환경사업가의 길로 뛰어든 윤민(18ㆍ서울 고척고 3년) 양의 당찬 포부다. 윤양이 캔 재활용기계를 개발하게 된 동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초등학교 6학년 폐품 재활용 시간에 일일히 캔을 발로 밟아 분류작업을 하는데 캔에서 나온 오물로 옷을 더렵혔어요. 속상한 마음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캔을 재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죠." 이후 윤양의 머리에는 온통 '캔 재활용기계를 어떻게 만들까'라는 생각이 자리잡았고 고교 2학년 때 드디어 기본설계를 마치고 올해 4월 특허를 출원해 실용신안등록을 얻는데 성공했다. 윤양이 개발한 캔 재활용기계는 캔을 가열해 액체 내용물을 증발시키고 일정크기로 파쇄해 수거하기 쉽도록 설계됐다. 게다가 소형자판기의 형태로 만들어 폐캔을 기계에 넣으면 동전이나 쿠폰 등이 제공된다. 이런 윤양의 캔 재활용기계에 대해 전문가들도 출시 될 경우 시장잠재력이 엄청나고 일반인들의 캔 재활용이 쉬워져 환경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학생의 신분으로 그것도 여학생이 기계를 만들고 창업까지 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않았다. "부모님과 어른들이 공부나 하지 쓸데없는 짓 한다고 면박도 많이 주셨죠." 이럴 때마다 윤양은 "미국에서는 초등학생ㆍ중학생이 중견기업 CEO 이며 고교생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대기업이 수천만달러에 계약한다"면서 "한국에서도 학생 벤처기업가들이 많이 나오고 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지방의 한 환경연구소에서 쓰레기 소각로를 설계하는 일을 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윤양은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환경기업이 없는 것 같다"면서 "캔 재활용기계뿐 아니라 대기와 수질오염을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기업을 일구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성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수학과 과학은 좋아하고 잘한다"면서 "공부를 잘 해 명문 대학에 가는 것보다는 환경공학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실전을 쌓아 원하는 대학에 특기생으로 들어가는 것이 개인과 학교 발전에 더 좋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또래의 여학생들과 다름없이 영화와 순정만화를 즐겨보고 친구들과 수다떨기를 좋아한다는 윤양. 그러나 윤양은 "방학중이라 시간이 많아 일을 많이 할 수 있었는데 개학이 되면 시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내달 중 시제품을 내놓으려면 하루 24시간을 일해도 모자란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최석영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