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을 이기는 여걸] 김미경 이오에스하이텍 대표
"도전정신 남성 못지 않아요"대학때 '알바'로 입문 10여년 'PCB' 한우물 '최단기 납품' 명성‥1년새 매출 20배 껑충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잡으려는 근성이 중요하지요.”
세탁기, 비디오, TV, 핸드폰 등 각종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 분야에서 보기 드문 여성 CEO인 김미경(32) 이오에스하이텍㈜ 대표.
그녀는 최근 동종 업계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40~50대 사장 일색인 PCB 업계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설계만 수행하던 이오에스아이가 규모가 수십 배나 큰 PCB 제작업체인 하이텍의 일부 생산라인을 인수, ‘새우가 고래를 삼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이텍 인수를 계기로 ‘이오에스하이텍’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 설계ㆍ제작ㆍ조립을 일원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올해 총 매출도 지난해 20배가 넘는 2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통신을 전공한 김 대표가 남성 일색인 PCB 업계에 발을 딛게 된 계기는 특이하다. “지도교수가 PCB의 경우 여성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과 잘 맞고 특히 전문성을 인정 받으면 결혼 후에도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추천하셨어요.”
이에 신입생 때부터 PCB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그 이력을 인정 받아 졸업 후에는 경력자로 입사했다. 3년여 기간 동안 밤 10시 이전에 퇴근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는 그녀는 지난 97년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이오에스아이(EOSI)를 세웠다.
남성 일색인 PCB 업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녀는 고객과의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신뢰 경영’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거래 업체들이 무엇보다 납기에 민감하거든요.
우리 회사 내부의 개발 일정이 촉박하더라도 고객이 요구하는 날짜를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이 회사는 고객의 욕구를 100% 반영한 제품을 최단기간 납품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그녀의 명함에는 ‘대표이사’ 대신 ‘CAD 사업부 실장’이라는 직함이 새겨져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지 실장이라는 호칭이 더 편하네요. 실제로 제가 설계 실무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구요”
김 대표는 “여성이 거의 진출하지 않은 분야를 선택하면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서 예비 여성 창업자들에게 ‘도전 정신’을 당부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입력시간 : 2004-10-07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