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허정 에덴병원장

"자연분만이 산모와 아기의 존엄성 지켜주는 길이죠"
임산부 교실 운영등 신뢰감 조성에 힘써
세쌍둥이·5.57㎏ 태아도 자연분만 출산
장애인체육회 간부등 사회활동도 활발



"자연분만은 산모와 아이의 생명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분만법입니다. 말 그대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좋습니다. 태아도 산도를 통해 스스로 나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자연분만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제왕절개율이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출산 문화가 왜곡된 현실에서 개원 이후 줄곧 자연분만의 소신을 지켜온 허정(59) 에덴병원 원장은 자연분만을 통한 진정한 인술의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산부인과 박사과정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허 원장은 이후 독립해 산부인과 의원을 차렸다. 자연분만술을 통해 인간의 가치와 생명 존중을 실천하려는 지금의 소신을 현장에 적용하는 첫걸음이었다.

처음 동네 의원을 차려 놓고 임산부들의 출산을 돕는 과정을 혼자서 맡기는 몹시 힘겨웠다. 손쉽게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으려는 산모에게 자연분만을 권장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경전을 겪는 일이 다반사였다. 임신부터 출산, 그리고 산후조리까지 전과정을 산모별로 관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몇 년 동안 의원 일에 매달리던 허 원장은 혼자 이 모든 일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 특히 자연분만을 실천하며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동료 후배를 모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에덴병원이다. 지난 1993년의 일이다. 모두 4명의 산부인과 의사가 모여 80병상 규모의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 개원했다.

허 원장은 개원 초부터 "임산부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연분만을 유도하는 게 병원의 대원칙"이라며 "의료시스템을 한 차원 높여놓은 상태에서 소신과 자신감을 갖고 자연분만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했다.

허 원장은 우선 산모교육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 도입했다. 이를 통해 산모에게 자연분만을 권유하고 그 과정에서 의료진과 임산부 간의 신뢰감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산모와의 신뢰를 형성하고 정직하게, 헌신적으로 진료하는 것이 최상의 서비스라는 게 에덴병원의 모토"라고 밝힌 허 원장은 "자연분만을 통해 산모와 아기의 건강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최대한 존중해서 좋고, 산모도 출산비용이 줄게 돼 일석이조 아니냐"고 말하며 웃었다.

허 원장은 이를 위해 산모와 남편 등 가족을 대상으로 자연분만의 장점과 효능을 인식시키는 체계적 산전 교육과 함께 산모들의 산통을 덜어줄 육체적ㆍ심리적 조절기법들을 익히고 연습하는 교육을 한다. 20주 이상 임산부를 대상으로 주 2회 1개월 과정의 임산부 교실은 자연분만의 자신감 부여, 의료진에 대한 신뢰감과 병원과의 친숙감 형성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매 2개월 단위로 임산부 강좌도 운영한다. 에덴병원만의 독특하고 체계적인 의료시스템으로 담당의사의 소신진료를 배려하고 불가피한 제왕절개는 2인 이상의 의료진이 협의한 후 결정하고 있다.

특히 좀 더 원활한 자연분만을 위해 산모들에게 임신 초기부터 올바른 식이요법과 생활 습관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고 구체적인 출산계획을 세우도록 안내한다. 산모들의 자연분만에 대한 공포를 줄이기 위해, 정서적 지지를 위해 분만과정에 남편의 참여를 권한다. 이와 함께 기존의 분만법을 탈피해 여러 연구 끝에 산모가 최대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덜 수 있도록 전문분만 시스템을 운영, 타 병원과 차별화된 분만법을 선보이고 있다.

에덴병원은 전체 분만 가운데 자연분만이 80% 이상을 차지, 가장 모범적인 분만문화를 실천한 병원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허 원장은 올해까지 10여년 동안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것을 비롯해 2001년 한국여성민우회의 '아름다운 병원' 선정, 유니세프의 '2005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 선정, 자연분만 전국 1위, 2006년 모성친화적 환경조성 대통령상 수상, 2008년 '아름다운 병원' 선정 등 수차례에 걸쳐 눈부신 명성을 쌓게 됐다.

허 원장은 "자연분만의 어려움이나 가치관에 대한 사회적 과소평가, 의료분쟁에 대한 두려움, 왜곡된 출산 문화 등이 자연분만을 가로막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노산과 한 자녀 출산으로 수술 요구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연분만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출산문화의 변화를 가져온 결과 전국에서 가장 낮은 제왕절개율을 보이는 등 꾸준한 성과를 기록해오고 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허 원장은 고객을 만족시키는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직원교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매일 30분씩 직원의 소양과 고객친절과 관련된 지식습득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월 1회 1시간 동안 정기적으로 명강사 초청 강의 등을 통해 병원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 같은 철저한 인술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허 원장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과체중 태아를 임신한 산모가 자연분만을 원해 사투 끝에 결국 5.57㎏의 건강한 여아를 분만하는 데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고 다른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뿌리치고 찾아온 산모의 넷째 아이를 성공적으로 출산한 적도 있다. 지난해에는 결혼 6년째를 맞은 20대 산모가 임신 9개월 만에 세 쌍둥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하기도 했다.

허 원장은 분주한 진료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사회활동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 현 대한의사협회 감사직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까진 광주광역시의사회 회장을 맡아 의사협회의 심부름을 수년간 도맡았다. 광주시 장애인체육회 간부를 맡아 장애인 체육 발전을 후원하는 일에도 헌신하고 있으며 모교 발전을 위한 장학금 기부도 아끼지 않고 있다.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에덴병원은 현재 산부인과ㆍ소아과ㆍ내과 등 5개 과로 세분화하고 20여명의 전문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규모로 성장했다. 보다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2002년 병원을 신축하고 산후조리원도 열었다. 산후조리원에서는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신생아를 보호하고 있으며 물리치료실을 비롯, 문화센터ㆍ피부관리실 등 완벽한 산후조리시스템을 구축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산모가 건강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몇 시간만 진통을 해도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며 수술하자는 산모도 많아요. 그만큼 고통을 참는 인내심이 예전보다 못 하다는 뜻이겠죠. 물론 산통이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큰 고통이지만 산모 자신과 아이를 생각해서 너무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허 원장은 "앞으로도 정직한 진단과 치료로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며 가급적 자연분만을 유도해 전문병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정 병원장은

▦전남 장성(59) ▦전남의대 졸업 ▦전남의대 산부인과 전문의과정 수료 ▦전남대 의학박사 학위 취득 ▦전남대 최고정책과정 및 최고관리자과정 수료 ▦광주지검 의료자문위원 ▦광주고등법원 민사조정위원 ▦광주지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의료지원 위원 ▦보건복지부 제왕절개분만감소대책위원(현) ▦광주생활체육협의회 부회장(현)





"탄생의 순간은 경이로움 그 자체"
■ 허 원장이 자연분만 고집하는 이유


"20년 가까이 지켜온 출산 과정이지만 '탄생'의 순간은 언제나 설레고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고귀한 '선물'입니다."

허정 에덴병원 원장이 자연분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짧게는 수분부터 수시간까지 '사투'를 벌인 끝에 자연분만으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이며 생명의 소중함에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허 원장의 철학은 분명하다.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게 산모나 태아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제왕절개 등 수술을 통한 방법보다 병원비가 싸다는 이점도 있단다.

허 원장은 모든 병원 시스템을 철저히 산모와 태아 중심으로 바꿔놓았다. 의료장비나 진료과정, 심지어 의료진의 몸짓 하나까지도 철저히 산모와 태아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와 연결된다. 병실을 찾은 간호사들이 병상에 누워 있는 산모에게 설명을 할 때는 산모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고 설명할 정도다.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중시하고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은 의료진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태도"라는 허 원장은 "정직한 진단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의사로서 허 원장은 지나칠 만큼 냉정하고 철저하지만 경영인으로서는 대단히 여유롭고 넉넉한 사람이다.

허 원장은 "자연분만을 통해 의료비를 대폭 절감해준다면 그 또한 다른 형태의 기부 아니겠습니까"라며 경영인의 입장을 제시한다. 최대한 고객의 편익을 고려하는 것이 병원 운영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허 원장은 모든 진료 시스템과 의료진의 행동양식까지 철저하게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고객인 산모는 편리하고 안락하게 최대한의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어느 병원보다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허 원장이 가장 '즐기는' 일은 축하할 만한 '스토리'를 갖는 출산에는 반드시 '보상'한다는 입장이다. 어렵게 세 쌍둥이를 자연분만으로 낳은 산모의 출산비용 일체를 지원해준 사례에서 보듯이 산모와 가족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이 언제나 행복하고 보람차다고 말한다. 다문화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ㆍ독거노인ㆍ장애인 등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와 봉사활동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는 것도 그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은 의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활발한 사회활동 이전에 병원의 관리자이고, 관리자 이전에 의사이므로 항상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돌보는 본업에 충실하는 것이 내게 부여된 의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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